K-조선업 반사이익 / 출처 : 연합뉴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칼날이 한국 조선업에 사상 최대의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선박과 중국 운항 선박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공식화하자, 갈 곳 잃은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 문의가 한국 조선소로 쏟아지는 모양새다.
지난 4월,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해운 및 조선업계를 겨냥한 고강도 제재안을 발표했다.
K-조선업 반사이익 / 출처 : 연합뉴스
오는 14일부터 중국에서 건조됐거나 중국 회사가 운항하는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경우 막대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중국 조선소에서 만든 선박은 톤(t)당 18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하며, 이 금액은 2028년 33달러까지 오른다.
중국 국적 선박에 대한 수수료는 더욱 강력해, t당 50달러에서 시작해 2028년에는 140달러까지 치솟는다. 이는 사실상 중국산 선박의 미국 항만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나아가 미국 의회에서는 입항 수수료로 걷은 재원을 자국과 동맹국 조선 산업 육성에 투입하는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 제정까지 논의되고 있어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K-조선업 반사이익 /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의 강력한 조치에 글로벌 선사들은 즉각 반응했다.
세계 5위 컨테이너 선사인 독일 하팍로이드는 기존에 중국 조선소와 논의하던 LNG 추진선 건조 계약을 재검토하며 한국의 한화오션, HD한국조선해양 등으로 눈을 돌렸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미 계약을 맺은 선박의 옵션 물량을 다른 조선소에 맡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소들이 중국보다 한 척당 최대 수백억 원 높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발주를 검토했다는 것은, 선사들이 미국의 제재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K-조선업 반사이익 / 출처 :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이미 370척이 넘는 함정을 보유해 미 해군(296척)을 양적으로 압도했으며, 2030년에는 그 격차가 435척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미국 조선업은 몰락한 지 오래다. 2024년 기준 세계 민간 선박 건조량 점유율이 0.1%에 불과할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하루에 한 척씩 만들던 배를 이제는 전혀 만들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개탄하며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절박함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을 견제해야 하지만, 자국의 생산 능력 부족으로 동맹국인 한국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