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위·변조 화폐 규모 /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전국 은행 창구에서 발견되는 수상한 화폐들이 금융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언뜻 보기엔 진짜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뜩한 차이를 드러내는 이 화폐들의 정체는 바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외화 위·변조 화폐다.
한국은행이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적발된 외화 위·변조 화폐는 총 3천723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32만달러 규모로 한국 돈 약 4억4천500만원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외화 위·변조 화폐 규모 / 출처 : 연합뉴스
외화 위·변조 화폐의 종류를 살펴보면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전체의 89%인 28만1천600달러가 미국 달러화였다. 이어서 유로화 6천600달러, 중국 위안화 4천200달러, 일본 엔화 200달러 순이었다.
연도별 추이는 더욱 우려스럽다. 2021년 10만600달러에서 2022년 4만600달러로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2023년 5만400달러, 2024년 8만7천800달러로 다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664장, 3만8천300달러 규모의 새로운 외화 위·변조 화폐가 발견됐다.
외화 위·변조 화폐 규모 / 출처 : 연합뉴스
외화 위·변조 화폐가 국내로 들어오는 경로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교묘하다. 가장 주요한 경로는 부산항 등 주요 무역항과 공항을 통한 밀수다.
국제 무역선 선원들이 선적 화물이나 개인 수하물에 위·변조 화폐를 숨겨 반입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출장자가 위·변조 화폐를 사용하거나, 국내인이 해외에서 모르고 입수해 들여오는 경우도 빈번하다.
관세청과 경찰, 금융 당국이 협력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위·변조 기술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일반인이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외화 위·변조 화폐 규모 / 출처 : 연합뉴스
외화 위·변조 화폐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불법 자금 세탁이나 마약·무기 밀수 등 국제 범죄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 신뢰도 하락과 대외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어 범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성훈 의원은 “외화 위·변조 화폐는 국내 금융 질서를 흔들고 국민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와 한은이 환전 창구나 외환 취급기관 감별 능력을 첨단화하고, 대국민 안내와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인 차원에서는 환전이나 현금 거래 시 반드시 공인된 금융기관이나 공식 환전소를 이용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화폐를 발견하면 즉시 은행이나 경찰에 신고하고, 해외여행 시에는 받은 화폐의 진위를 충분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