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 / 출처 : 연합뉴스
“삼성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올해 초 이재용 회장이 임원들에게 던진 이 메시지는 삼성 내부에 깊은 위기감을 심었다.
그로부터 불과 몇 달,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이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들고 돌아왔다.
한때 ‘삼성다움’을 잃었다는 자성까지 나왔지만, 절치부심 끝에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14일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 86조 원, 영업이익 12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 / 출처 : 연합뉴스
이는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80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 역시 2022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번 실적 반등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DS) 부문이다. 증권가에서는 DS부문이 3분기에만 5조 원 후반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며, 특히 D램에서 6조 원 이상의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에는 범용 D램 가격 상승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정상화가 자리 잡고 있다.
경쟁사들이 HBM 생산에 집중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공급이 줄어든 범용 D램의 가격이 급등했고, D램 시장의 최강자인 삼성전자가 그 수혜를 고스란히 입었다.
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 / 출처 : 뉴스1
AI 시대의 총아로 불리는 HBM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경쟁사인 AMD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브로드컴 등 다른 고객사를 확보하며 HBM3E 12단 제품 출하량을 크게 늘렸다.
오랜 기간 삼성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도 적자 폭을 크게 줄이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2분기 2조 원대 중반에 달했던 적자 규모가 3분기에는 7000억 원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게 LS증권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 / 출처 : 연합뉴스
이는 4나노 이하 공정 가동률이 회복되고 자체 모바일 AP ‘엑시노스 2600’ 양산이 시작된 덕분이다.
한 증권사 팀장은 “AI 인프라 투자는 과거 인터넷 사이클 이후 처음 보는 강력하고 긴 수요”라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도래를 예고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오픈AI가 추진하는 700조 원 규모의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메모리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내년에는 HBM4 양산을 통해 HBM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 돌파에 나선 삼성전자의 역전 드라마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