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증여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앞으로 세금이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니, 차라리 지금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낫겠다.”
최근 정부가 집을 여러 채 가졌거나 비싼 집을 가진 사람들의 세금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자, 집주인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특히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리 자녀에게 집의 명의를 넘겨주려는 움직임이 크게 늘고 있다.
부동산 증여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집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증여’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발언 때문이다.
대통령실과 정부 장관들이 잇따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세금 정책도 쓸 수 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세금이 오를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서 말하는 세금은 주로 ‘보유세’를 뜻한다. 보유세는 집이나 땅 같은 재산을 가지고만 있어도 매년 내야 하는 세금이다. 정부가 이 보유세를 올릴 것을 걱정한 사람들이 서둘러 증여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아파트나 빌라 등을 증여한 건수는 전국적으로 2만 6,428건에 달해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서울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만 5,877건의 증여가 이뤄져 작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부동산 증여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507건)가 가장 많았고, 양천구, 송파구, 서초구가 그 뒤를 이었다. 비싼 아파트가 많은 지역일수록 증여가 활발했다.
사실 지난해부터 증여할 때 내는 ‘취득세’ 부담은 더 커졌다. 과거에는 정부가 정한 비교적 낮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지만, 이제는 실제 거래 가격과 비슷한 ‘시가’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증여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당장 내는 취득세보다 앞으로 계속 내야 할 보유세가 더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돈을 빌리기 어렵게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증여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규제지역 확대’다. 현재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등에만 적용되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성동구, 마포구, 광진구 등으로 넓히는 것이다.
개인의 연봉에 맞춰 전체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더 강화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당장 세금을 직접 올리는 방안은 피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금 폭탄’이라는 비판을 받으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이 오른 만큼 내년도 공시가격이 인상되면 보유세는 저절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