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탄소세의 영향 / 출처 : 뉴스1
앞으로 바다를 오가는 배에도 ‘탄소세’가 붙을 전망이다. 이 새로운 규제 때문에 우리나라 해운 회사들은 매년 1조 원이 훌쩍 넘는 돈을 추가로 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반면, 친환경 배를 만드는 국내 조선업계는 오히려 새로운 주문이 몰려올 기회로 보고 있다. 국제 사회의 새로운 환경 규제를 두고 한국의 핵심 산업인 해운과 조선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해운 탄소세란 국제해사기구(IMO)라는 곳에서 논의 중인 제도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선박이 내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취지다.
해운 탄소세의 영향 / 출처 : 연합뉴스
이르면 2028년부터 5천 톤이 넘는 큰 배가 기준치 이상 탄소를 배출하면, 1톤당 최대 380달러의 세금을 내게 된다. IMO는 2050년까지 해운업의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국내 해운업계의 부담은 막대하다. 한 분석에 따르면 2030년이면 한 해에만 약 1조 4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해상 운송비가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크게 반대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물건을 실어 나르는 운송비가 올라가고, 결국 미국 시민들의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해운 탄소세의 영향 / 출처 :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공동 성명을 통해 이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심지어 찬성하는 나라의 배는 미국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겠다는 강한 경고까지 내놓았다.
반면 유럽연합(EU)은 환경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제도 도입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어,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이러한 상황이 국내 조선업계에는 뜻밖의 좋은 소식으로 작용한다. 세금을 피하려면 해운사들은 오래된 배를 탄소를 적게 내뿜는 친환경 선박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
해운 탄소세의 영향 / 출처 : 연합뉴스
자연스럽게 새로운 배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는 액화천연가스(LNG)나 메탄올을 연료로 쓰는 친환경 배를 만드는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술력이 중요한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화되는 환경 규제가 결국 선박 교체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미국의 반대가 계속되면 전반적인 해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남아있다. 해운업계의 위기와 조선업계의 기회가 걸린 이번 결정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