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비 청구 방식 개편 / 출처 : 연합뉴스
우리는 병원에서 흔히 피검사나 소변검사과 같은 간단한 절차를 밟고는 한다. 그러나 그 뒤에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복잡하고 불투명한 ‘돈의 흐름’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정부가 이 관행에 칼을 대기로 하면서 의료계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검체검사 위탁’ 과정에서 발생한다.
검사비 청구 방식 개편 / 출처 : 연합뉴스
대부분의 동네 의원은 혈액 분석 같은 복잡한 검사를 직접 하지 않고, 전문 검사기관(수탁기관)에 보낸다.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의뢰하는 병원을 위탁기관, 실제 검사를 수행하는 곳을 수탁기관이라 부른다.
현재 건강보험은 검사 비용으로 총 110%를 책정해 병원(위탁기관)에 지급한다. 이 중 100%는 검사를 수행한 검사센터의 몫이고, 10%는 검체 채취와 보관, 결과 관리 등을 한 병원의 수고비, 즉 ‘위탁관리료’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검사센터들이 병원으로부터 더 많은 검사 물량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자신들이 받아야 할 검사료의 상당 부분을 할인해주거나 일부를 병원에 되돌려주는 ‘리베이트’가 관행처럼 굳어졌다.
검사비 청구 방식 개편 / 출처 : 연합뉴스
한 관계자는 “이러한 과당 경쟁이 검사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결국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논란의 중심에 있는 10% 위탁관리료를 아예 없애는 것이다. 둘째, 병원과 검사센터가 돈을 주고받는 현재의 구조를 없애고, 각자 수행한 업무에 대한 비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직접 청구하도록 하는 ‘분리 청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정부의 목표는 병원과 검사센터 사이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검사비 청구 방식 개편 / 출처 : 뉴스1
복지부 측은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며, 제도 개선 후에도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처벌 규정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동네 의원들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는 약속을 깨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며 신뢰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기형적인 구조를 바로잡으려는 정부와,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라며 반발하는 의료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검체검사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