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폭락의 이유 / 출처 : 연합뉴스
“이러다 하늘 뚫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침없던 금의 질주에 급제동이 걸렸다.
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던 국제 금값이 돌연 곤두박질치며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불과 하루 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금값의 추락은 극적이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5.7%나 폭락하며 온스당 4,109.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하락률이 6.3%에 달하며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금값 폭락의 이유 / 출처 : 뉴스1
가장 큰 원인으로는 그동안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점이 꼽힌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60% 가까이 치솟았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본 투자자들이 “이쯤에서 이익을 챙기자”는 생각에 금을 대거 팔아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온 것도 금값 하락을 부추겼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예상보다 좋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경제가 생각보다 괜찮다”는 안도감이 퍼졌다.
금은 보통 경제가 불안할 때 가치가 오르는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반대로 경제 전망이 밝아지면 금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금값 폭락의 이유 / 출처 : 연합뉴스
갑작스러운 폭락에 시장은 혼란에 빠졌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금의 시대가 끝났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한다. 이번 하락은 과열된 시장이 잠시 쉬어가는 ‘건강한 조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이 장기적으로 금값을 밝게 보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것은 미국의 금리 정책 방향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금리가 내려가면 은행에 돈을 넣어둬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다. 이럴 경우 이자는 없지만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적은 금에 돈이 몰릴 수 있다.
금값 폭락의 이유 / 출처 : 연합뉴스
사그라들지 않는 국제 정세의 불안감 역시 금에게는 호재다. 세계 곳곳에서 무역 분쟁이나 정치적 갈등이 계속되는 한,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는 꾸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기 위해 꾸준히 금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도 금값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제 시장의 모든 관심은 오는 24일 발표될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려있다. 이 지표가 앞으로의 금리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금값 폭락이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추세적인 하락의 시작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