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계층 채무조정 / 출처: 연합뉴스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고통받던 취약 계층에게 채무조정 제도의 문턱이 대폭 낮아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성년 상속자나 보이스피싱으로 억울하게 빚을 지게 된 금융범죄 피해자들까지 구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공적 안전망이 더욱 촘촘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23일 서울 중구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서민 금융 및 채무 조정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사회 취약 계층의 재기를 돕는 청산형 채무조정 제도의 지원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취약 계층 채무조정 / 출처: 연합뉴스
청산형 채무조정은 원금의 최대 90%까지 감면받은 후, 조정된 채무의 절반 이상을 3년 이상 성실히 상환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해주는 제도이다. 사실상 원금의 5%만 갚아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에는 이 제도의 지원 대상이 채무 원금 1천500만 원 이하로 제한되어 있었으나, 정부는 새도약기금 사례 등을 감안해 기준 금액을 상향할 방침이다.
제도 개선은 금융 범죄 피해자를 구제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기존 채무 조정 제도는 고의적인 상환 회피를 막기 위해 신청 직전 6개월 내 신규 대출이 전체 채무의 30%를 넘으면 조정이 제한되는 ‘도덕적 해이 방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 규정 때문에 최근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억울하게 수천만 원의 채무를 떠안은 피해자들은 채무 조정을 신청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취약 계층 채무조정 /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개선안에 따라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범죄 피해자는 신규 대출 비중이 높더라도 채무 조정 신청이 가능하도록 예외가 인정된다.
또한 미성년 상속자가 부모 등 가족의 빚을 상속받아 고통받는 사례를 막기 위해, 미성년 상속자도 기존의 기초생활수급자, 고령자 등과 함께 청산형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채무불이행의 원인이 개인 책임만이 아닌 실업이나 질병 등 예상치 못한 사회적 요인에서 비롯된 경우, 채무를 감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억원 위원장은 또한 저신용·취약 계층이 높은 금리를 기계적으로 적용받는 현실을 지적했다.
취약 계층 채무조정 / 출처: 연합뉴스
그는 금융회사의 신용 평가가 완벽하지 않아 7%에서 15% 정도의 금리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금리 단층’이 발생하고 있으며, 서민금융은 이러한 시장 기능의 한계를 보완하는 공적 장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과감한 채무 조정의 지속적인 추진에 대해 도덕적 해이나 성실 상환자와의 역차별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채권금융회사의 의결권 기준을 ‘채권 총액’에서 ‘채권 원금’으로 변경해 대부업체의 과도한 영향력을 제한하는 등 제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