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선구안 / 출처 : 뉴스1
“1996년, 당신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 한 통이 저를 한국으로 이끌었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의 세계 최강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0년 전의 특별한 인연을 공개했다.
그가 가리킨 사람은 바로 옆에 서 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아버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뿌린 씨앗이 30년의 세월을 건너 아들 시대에 ‘AI 동맹’이라는 거대한 결실로 돌아오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지난 30일 저녁, 서울 코엑스 광장은 엔비디아의 게임 축제 열기로 가득 찼다.
이건희 회장의 선구안 / 출처 : 연합뉴스
행사의 주인공인 젠슨 황 CEO가 무대에 오른 뒤, 예상치 못한 거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었다.
세 사람은 무대 위에서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포옹하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젠슨 황 CEO는 놀라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1996년, 인생 처음으로 한국에서 편지를 받았다. 한국을 초고속 인터넷 국가로 만들고 싶다는 비전이 담겨 있었다”고 회상했다.
모두가 그 편지의 주인공을 궁금해하던 순간, 이재용 회장이 “제 아버지가 보낸 편지”라고 밝히며 30년에 걸친 인연의 서막을 알렸다.
이건희 회장의 선구안 / 출처 : 연합뉴스
이건희 선대회장의 혜안은 이미 1970년대부터 빛나고 있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기술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이 선대회장이 사재까지 털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삼성 내부에서조차 “TV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 무슨 반도체냐”는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심지어 일본의 한 연구소는 ‘삼성이 반도체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보고서까지 내며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하지만 이 선대회장은 “언제까지 기술 식민지로 살 것인가”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반도체 기술을 얻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50번 넘게 오갔고, 마침내 1983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하며 세상의 의구심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이건희 회장의 선구안 / 출처 : 연합뉴스
이는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30년 넘게 세계 1위를 지키는 ‘성공 신화’의 출발점이었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싹 틔운 반도체 산업은 이제 AI 시대의 핵심 기반이 되었다.
이날 황 CEO는 “한국과 절대적으로 연관된 로보틱스 분야에서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삼성, 현대차와의 강력한 협력을 암시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AI 기술, 삼성의 반도체, 그리고 현대차의 로봇 및 미래 자동차 기술이 결합하는 거대한 ‘AI 동맹’의 탄생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30년 전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 인연이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AI 산업의 지형을 바꿀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