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해외 투자 / 출처: 연합뉴스
한국을 대표하는 10대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 지형도가 역사적인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 8년간 국내 주요 그룹들이 수십 년간 의존해 온 중국을 떠나 북미 대륙에 대규모 자산을 쏟아부은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중 긴장 관계와 국제 공급망 재편의 거센 파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생존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내 10대 그룹의 해외 생산법인 자산은 지난 8년 만에 134.6% 증가해 총 490조 원을 넘어섰다. 이 중에서도 미국의 증가세는 단연 압도적이다.
2016년 말 21조 6천억 원 수준이던 미국 내 생산 법인 자산은 2024년 말 무려 157조 7천억 원으로 627% 폭증했다.
국내 대기업 해외 투자 / 출처: 연합뉴스
이 엄청난 증가율 덕분에 미국은 기존 1위였던 중국을 제치고 한국 대기업의 최대 해외 생산 기지로 급부상했다.
같은 기간 중국 내 자산 증가는 27.1%에 그쳤고, 2위였던 베트남도 3위로 밀려났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자본을 중국에서 북미 지역으로 빠르게 옮기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해외 생산 기지의 대규모 이동은 국내 경제를 이끄는 4대 그룹이 주도한다.
삼성, SK, LG, 현대자동차 등 네 그룹의 미국 생산 법인 자산 규모는 10대 그룹 전체 합산액의 95.4%를 차지했다. 이는 사실상 한국 대기업의 북미 투자가 이들 ‘빅 4’에 집중되었음을 의미한다.
국내 대기업 해외 투자 / 출처: 연합뉴스
자산 증가액이 가장 컸던 그룹은 SK로, 배터리 합작 공장인 블루오벌SK와 SK배터리아메리카 신설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약 39조 6천억 원이 늘었다.
삼성은 오스틴 반도체 법인의 자산 확대와 배터리 합작사 스타플러스 에너지 투자로 37조 7천억 원이 증가했다.
LG와 현대자동차 역시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 라인을 대규모로 확대한 것이 자산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국 대기업의 해외 생산 기지 중심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미·중 간 정치적, 경제적 긴장 심화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대기업 해외 투자 / 출처: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과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들은 관세나 규제 부담을 피하고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중국을 떠나는 ‘탈중국’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인센티브 정책이 대기업의 결정을 가속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 파격적인 유인책이 제공되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 위험이 커지자,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전략 산업의 공급망을 자국 내로 되돌리려는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이 한국 기업들의 북미 현지 생산 확대를 이끌었다.
국내 대기업 해외 투자 /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생산 기지 이동은 단기적으로 미국 내 인건비와 초기 투자 비용 증가라는 부담을 안겨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는 국가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한국 기업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