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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된 고물차의 변신”…007 차량 복원, 가격은?

by 이콘밍글

50년된 고물차가 19억?
청년의 꿈, 세월을 견디다
‘007 차량’ 직접 복원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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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5/출처-애스턴마틴


1973년, 영국 웨일스에 사는 10대 청년이 약 2900만 원을 주고 중고차 한 대를 샀다. 세월이 흐르며 고철 더미처럼 변해버린 이 차량은 이후 3년에 걸친 복원 끝에 19억 원의 가치를 가진 클래식카로 되살아났다.


반세기 넘게 품어온 단 하나의 차

1973년, 웨일스 플린트셔에 사는 당시 19세의 존 윌리엄스는 어릴 적부터 동경하던 애스턴 마틴 DB5를 손에 넣었다. 차량은 1965년식으로, 007 시리즈 ‘골드핑거’에 등장하며 전설적인 모델로 자리 잡은 희귀 차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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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5/출처-애스턴마틴


윌리엄스는 1년 넘게 돈을 모아 런던까지 기차를 타고 직접 차량을 보러 간 끝에, 당시 900파운드(현 시세 약 1만5000파운드, 한화 약 2900만 원)에 이 차를 구매했다.


차량은 V8 밴티지 엔진과 와이어 휠, 전동식 창문 등 고급 사양을 갖추고 있었으며 은색 바디 컬러 ‘실버 버치’는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색상이었다.


윌리엄스는 이 차를 약 4년간 일상용으로 운전했지만, 1977년 중동으로 취업하면서 차량은 집 앞 진입로에 장기 보관되기 시작했다.


고철이 된 ‘꿈의 차’ 그리고 복원의 시작

고온 건조한 중동의 기후는 차량에 치명적이었다. 도장이 벗겨지고, 이웃 아이들이 차량 위에서 뛰놀면서 보닛과 머플러까지 손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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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5/출처-애스턴마틴


한때의 드림카는 더 이상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변했다. 하지만 이 차량은 단순한 고물이 아니었다.


DB5는 1963년부터 1965년까지 단 1022대만 생산됐고, 그중에서도 윌리엄스가 소유한 사양은 전 세계에 단 39대뿐인 희귀 모델로, 고물 상태에서도 50만 파운드(약 9억 7800만 원)의 잠정 가치가 책정됐다.


“이 정도면 새 차를 만드는 게 더 쉬웠을 것”이라고 애스턴 마틴 전문가 스티브 와딩햄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복원 난이도를 전했다. 차량은 녹이 심하게 슬어 있었고, 프레임부터 외장까지 거의 전면 교체에 가까운 수리가 필요했다.


애스턴 마틴 본사에서의 3년 ‘기적의 복원’

2022년 말, 윌리엄스 부부는 영국 뉴포트 패그넬에 있는 애스턴 마틴 워크스에 차량 복원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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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5/출처-애스턴마틴


이곳은 애스턴 마틴 스포츠카가 50년 넘게 생산되던 본사이자 복원 전문 부서가 있는 곳이다. 약 3년 동안 이뤄진 ‘베어 메탈’ 수준의 복원 과정에서 알루미늄 바디 패널은 수작업으로 제작됐고, 차체 프레임과 섀시까지 원형 그대로 재현됐다.


복원 작업에는 도장, 인테리어, 파츠 부서 등 전 부문이 동원됐으며 총 2500시간 이상이 투입됐다. 애스턴 마틴 워크스 대표 폴 스파이어스는 “차량이 매우 심하게 망가진 상태였지만, 윌리엄스 가족의 열정 덕분에 놀라운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5년, 완성된 차량을 본 윌리엄스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거의 50년 만에 이 차를 다시 운전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경험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존 레논 이웃’이 처음 소유했던 차, 숨겨진 이력도 화제

복원된 차량의 가치가 수직 상승한 데에는 숨은 이력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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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5/출처-애스턴마틴


이 DB5는 1960년대 당시 영국 서리주의 고급 주택가인 세인트 조지스 힐에 거주하던 인물이 최초 소유자였다. 이 지역은 비틀즈의 존 레논과 링고 스타 등이 살던 곳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차량은 희귀한 밴티지 엔진, 실버 버치 외관, 오른쪽 운전석 사양을 갖춘 39대 중 하나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이 차량의 시장 가치를 약 100만 파운드(약 19억 5580만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윌리엄스는 “처음 이 차를 손에 넣었을 때처럼 다시 27살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오랜 시간 지켜온 차량이 복원된 것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한 번도 팔 생각 없었다” 아내와 함께 지킨 50년의 기록

존 윌리엄스는 용접공이자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던 기술자였다.


복원 당시 그는 “차량을 이 지경까지 놔뒀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처음 샀을 때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고쳤다”고 말했다. 아내 수 윌리엄스 역시 “팔자는 제안도 많았지만, 절대 다시는 못 구할 차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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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5/출처-애스턴마틴


이 차량은 단순한 클래식카가 아니라, 부부의 청춘과 시간이 담긴 ‘기억의 상징’이었다. 50년간 보관하며 기회를 기다렸고, 마침내 복원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존 윌리엄스는 복원 완료된 DB5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오래 걸렸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다. 내 차가 돌아왔다. 다시 살아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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