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거짓 위로를 거부한다.

by 윤슬하

수많은 책들은 말한다.
견디면 괜찮아질 거라고.
살다 보면 좋은 순간이 올 거라고.
이 고통엔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내가 견뎌냈으니 당신에게도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그런 거짓 위로는 벼랑 끝에 무너진 사람들에겐 더 비참한 거짓말일 뿐이었다.
언젠가 온다던 좋은 날은 수십 년을 기다려 맞이했지만, 한 달도 안 되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 정도 고통이면 충분하지 않냐는 내게, 삶은 어디까지일지도 모르는 끝없는 절망을 선물해 줬다.
나는 하나의 선물을 풀기도 전에 몰려드는 삶의 아우성에 숨이 막혀 죽어갔다.

희망. 그게 어디 있는 건데?
다들 행복하다는데, 견디면 자기처럼 좋은 날이 온다는데? 그게 어디에 있는 건데?
나만 없는 거야? 왜 나만? 왜 끝없이 나만 고통스러워야 하는 건데...
내가 뭘 그렇게 많은 걸 바랐는데, 평범한 삶 그게 그렇게 거창한 거였어?
다들 잘 사는데 왜 나만? 신이 있다면 왜 나만 외면하는 건데.
내가 나쁜 사람인가? 내가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았나?
아님 내가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인가...

공허 그 끝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앞으로도 또 당연한 듯 오고 있는 고통 앞에 나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왜 아무도 거기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는 건데. 왜... 왜 나만 이렇게 끝없이 고통스러운 건데.

세상은 오직 승자의 언어로만 쓰인다. 고통스러워도 견디며 사는 사람의 절망스러운 언어보다 그래서 살아내서 행복하다는 사람의 글을 더 좋아한다.
그래야, 지금 견디는 자신의 고통도 언젠가 끝날 거라 믿으니깐.
그래야, 지금을 견디니깐.

하지만 아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
공평하지 않은 삶의 끝자락에 사는 사람들에겐 그 거짓 위로는 또 다른 절망일 뿐이었다.

나는 그래서 말한다.
더 이상의 거짓 위로는 거부한다.
세상은 진실의 말을 꺼내야 할 때라고.

인생은 해피엔딩이 아닐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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