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사라진 순간 남은 하나

진심의 뒷면

by 윤슬하


희망도 없고, 고통도 영원하다 믿고, 무의미하다 했으면서
나는 궁금했다.

그럼 나는 뭐로 견디고 있는 거지?

사람의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뇌는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반드시 무언가 하나는 나를 받치고 있지 않을까?

블랙홀처럼 모든 게 빨려 들어가는 곳에도 결국 호킹복사가 생겨나잖아.

사라졌지만 내가 있다면 나는 분명 무언가를 붙잡고 있을 거야.

그때 보였다. 나를 지탱하던 건, 진심으로 살고자 했던 마음과 그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들이 남긴 따스한 추억.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내 손을 붙잡고 우시던 부장님의 눈물과, 조금이라도 편하게 먹으라며 가시를 발라주시던 대리님의 다정과, 남겨질 내가 걱정되어 가시는 길에 모두를 소개해 주셨던 소장님.

밥 한 끼조차 못 먹던 내 밥 위에 고기를 얹어주던 온기와, 잠든 내가 춥지 않게 이불을 덮어주던 엄마의 손길. 늦은 밤 나를 마중 나와 줬던 아빠의 사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건 끝까지 놓지 않은 진심과 다정과 그 다정이 이어준 인연의 따스함이었다.

그것이 진심의 뒷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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