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는 것을 좋아한다. 파는 일을 한다.
주로 아파트를, 오피스텔을, 오피스를... 부동산 상품을 판다.
그것들을 팔기 위해 시대의 흐름을 파고,
신간 도서 목록을 파고, 그날의 이슈와 기사를 파고,
생각을 파고들며 컨셉이라는 것을 만들어낸다.
그것을 메시지로 만들어 물건 따위를 파는 사람,
카피라이터. 그게 내 직업이다.
파는 직업이 만들어 낸 가장 큰 습성,
집요함은 무기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갉아먹는 좀벌레 같기도 하다.
이렇게 파는 직업과 취미를 가진 난
영화도 파는 영화를 좋아한다.
곳곳에 의도를 품은 장치를 심어놓은 영화,
열린 결말로 해석의 여지가 무궁무진한 영화,
영화에 대한 미약한 지식을 기반으로
상징적인 오브제를 찾고 결말을 해석하는 것.
특히 등장인물의 마음 상태를 분석하는 것은
꽤나 흥미진진한 일이다.
세상에 넘칠 만큼 넘치는 영화 리뷰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마음.
그 안을 들여다보고 파헤치기를 해보고자 한다.
파는 일. 쓰는 일.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접목한 시작.
첫 영화는 바로 '헤어질 결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