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좋아한 남자네.
영화 '헤어질 결심' 파기_ 서래의 안녕을 빌며
by
카라
Sep 22. 2022
'헤어질 결심'을 봤다.
대본집을 먼저 읽었고,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고,
유튜버와 블로거의 감상평과 분석을 보고 읽었고,
마침내.
영화를 봤다.
박해일 배우의 의외성 있는 연기에 놀랐다는 감독의 인터뷰에서
배우가 연기로 파고든
영화에
대한 해석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송서래(탕웨이). 서쪽에서 (보내) 온 사람
.
장해준(박해일). 항상 바다가 기준이 되는 사람 혹은 바다에 준하는 사람.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하고, 말씀보다 사진을 선호하고,
식사 후 착착 맞는 호흡으로 뒷정리하는 모습을 볼 때
면
그 둘은 매우 닮아있다.
하지만 그 둘
이 끌리는 바다는
입
체적인 존재다.
고요해 보이지만
요란하고,
한없이 깊다가도 온전히 바닥을
드러내 보이며,
다가오다가도 다시 멀어지는 파도의 양면
까지 품고 있다.
서래와 해준은 사랑에 대한 접근도, 표현도
그리고 무엇보다 시차에서 확연히 다르다
.
하나의 바다가
시
시각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해준의 사랑이 파도처럼 덮
치는 것
이
라면,
서래의 사랑은 잉크가 퍼지듯 밀물처럼 서서히 밀려오는 것이다.
해준이 사랑의 끝을
말하는 지점에서 서래의 사랑은 비로소 시작되며, 해준이 사랑임
을 깨
닫는 순간 서래의 사랑은 죽음으로
끝
에 다다른다.
홍산오 사건을 듣게 되는 서래는 본능적으로 간파한다.
"죽을 만큼 사랑한 여자네."
사랑에 대한 최상급 표현에 죽음까지 넣을 줄 아는 서래는
결국
붕괴된
한 남자를 이전으로 돌려놓기 위해 스스로 붕괴되기에 이
른다.
서래에게 해준은 사랑을 꿈꾸게 '해준' 남자이자
사랑의 상실을 깨닫게 '해준' 남자
그리고
죽을 만큼의 사랑을 알게 '해준' 단일한 남자였다.
위대한 독립군으로 추앙받던 할아버지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뿌리에 대한 결핍, 아픈
엄마를 살려내지 못
한 죄책감과 슬픔, 결국은 가질 수 없었던 호미산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내 것을 소유해보지 못한 서래의 상실감에 해준은 그야말로 정점을 찍는다.
깊은 바다에 스스로 버려지면서
서래
는 꿈꾸었을 것이다.
영원히
남은
미결 사건으로
그의 맘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그의 자부심과 품위가 계속해서 지켜지기를.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서래가 닳고 닳도록 들었던
,
사랑해란 말보다 서래에게 더 짙은농도로 밀려왔던 이 사랑의
말
.
씁쓸함이 아닌 충만함으로 되뇌던
서
래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녀의 행복을 빌어본다.
keyword
박찬욱
리뷰
영화
작가의 이전글
파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말 한 마디에 외로움이 녹아내리네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