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에 외로움이 녹아내리네

영화 '색, 계' 이야기

by 카라

어쩌다 보니 탕웨이 배우의 영화를 연이어 쓰게 된다.

헤어질 결심을 했던 그녀의 눈빛을 본 후 20대 시절 그녀의 눈빛이 다시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죽는다. 이번에도 사랑을 위해 스스로를 버린다.


색,계는 지독한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상 곳곳에 결핍이 흐르던 치아즈(탕웨이)는 물론이요,

권력과 재력이라는 포장 안에 뼛속 깊은 쓸쓸함을 품고 사는 남자 이(양조위)의 이야기다.


외로움에 처하면 인간의 뇌는 육체적인 고통을 느낄 때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과학적으로도 외로움은 고통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치아즈'의 외로움은 뿌리가 깊고 단단하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재혼으로 인해 홀로 남겨지는 것은 물론

첫사랑에게도 대의를 명분으로 외면 받는다.

뜻을 함께 한 친구들조차도 그녀의 상처를 방관해버린다.

우영감이라는 인물은 '이'에게 흔들리는 '치아즈'의 혼란에 대한 고백에도 불구하고

명령을 강요하며 이용수단으로 취급할 뿐이다.


이렇게 외로웠던 '치아즈'는 서서히 '이'의 세계 속으로 스며들고,

급기야는 그에게 빠져버린다.


'이'의 외로움 역시 '치아즈'를 통해 잔잔히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폭력이라고밖에 표현 안 되는 무자비한 첫만남에서 서로의 몸을 온전히 나누던 때조차

팽팽하게 살아있던 긴장의 순간을 지나

결국 '이'의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추운 차 안에서 차갑게 식어가던 '치아즈'의 마음도 어느새 카페에서의 커피처럼 온기가 흐른다.

도망가요 라는 그 눈빛에서 '이'가 '치아즈'의 진심을 읽었듯이

반지가 아니라 반지를 낀 당신 손을 보고 싶었다는 담담한 표현에서

'치아즈'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사랑을 느낀다.


사랑을 얻었기에 삶을 잃는 '치아즈'의 시간 안에서 '이'는 빈 침대를 가만히 쓸어본다.

그 서걱거리는 소리처럼 그 차가운 감촉처럼 '이'의 마음에는 다시 외로움이 채워지고 있다.

조금 더 깊어진 외로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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