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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깨뜨리고 쓰는 글(구름)

제4편

by 산내

나를 깨뜨리고 쓰는 글(구름)


그날이 있기 전,

구름은 날씨를 알리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구름이 낀 흐린 날씨, 먹구름이 낀 비 오는 날씨 등

구름은 흐리고 우중충한 기분을 자아내는 단어였다.


스페인의 한적한 시골 마을,

강렬한 태양이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마을은 시에스타로 쥐 죽은 듯 조용했고

문을 닫은 가게 앞에는 동네 고양이가 졸고 있었다.

작은 성당도 뜨거운 햇살에 고개 숙인 그런 날이었다.

벤치에 앉아 고개를 든 순간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넋을 잃고 구름을 보았다.

하늘에 걸쳐 있는 구름이 이렇게 평화로운지

예전에 미처 몰랐다.


멈추어서 보면 보이는 이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참 오랫동안 바쁘게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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