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너(반려견 미르)
너와의 첫 만남은 12년 전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지방 국도를 따라 하염없이 걷던 너를 발견했을 때
너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굶주림으로 앙상하게 드러난 뼈,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빛,
씻어도 씻어도 계속 나오던 시커먼 땟물은
그동안 네가 겪은 고생을 말해 주었다.
조수석에 앉아 집으로 오는 중에도 우리는 서로 낯설었다.
동물병원에서는 너의 나이를 3~4세로 추정했고
예방 접종을 마치자 우린 서로 가족이 되었다.
미르라는 이름의 너에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고
너는 그 과정을 힘들어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마음을 열지 못하는 너의 모습에
마음 아팠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안도했다.
미르야! 너에게는 트라우마가 있었다.
지팡이를 든 남자를 보면 너는 어김없이 이빨을 드러내며
공격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런 모습 때문에 시비가 붙어 얼굴 붉혔던 기억도
이젠 다 지난 일이다.
오늘은 네가 음식을 입에 대지 않은 지 5일째 되는 날이다.
중간에 병원에 들러 수액을 맞아 원기 회복했지만
날로 여위어 가는 너를 보는 마음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 나는 너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네가 가더라도 나는 남은 삶을 살겠지만
너의 그 눈빛은 '시간의 점'이 되어 내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