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려와 합심해 오나라를 강하게 만든 오자서지만 합려의 아들인 부차와 합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자주 의견차를 보여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질 즈음 오자서가 반란을 계획한다는 정보를 접한 부차가 오자서를 불러서 심문했다.
"예전에 선왕께서 덕을 체현하시고 성스러움을 밝히시어 상제를 감동시켰소.
비유하자면 두 농부(합려와 오자서)가 짝을 지어 쟁기를 끌며 사방의 잡초를 없앤 것과 같아, 그 명성을 초나라에 떨쳤으니 이는 대부의 공이오.
지금 대부께서는 늙었으나 스스로 물러나 유유히 살 생각을 하지 않고 아직 이곳에 있으면서 미워하는 마음만 내어, 출정하기만 하면 나의 군사에게 죄를 씌우고, 온갖 제도를 문란하게 하여 우리 오나라에 삿된 말을 퍼붓고 있소이다.
지금 하늘이 우리 오나라를 굽어보시어 제나라 군사가 굴복했으니, 과인이 어찌 스스로 잘난 체하겠소.
모두 선왕의 종교와 신령이 도왔을 뿐이니, 이제 감히 대부께 고하오."
그러고는 촉루라는 예리한 검을 내려주었다.
오자서는 결코 기가 죽을 인간이 아니다.
그는 허리에 찼던 칼을 풀어놓고 거리낌 없이 대답했다.
"옛날 우리 선왕들께는 누대로 사직을 보필하는 신하가 있었기에, 능히 의심 나는 것은 결단을 내리고 어려운 것은 대책을 세워 나라가 큰 위기에 빠지지 않게 했습니다.
지금 왕께서는 여러 나이 든 신하들을 버리고 철부지 아이들을 가까이 두고 모의하며 말하길, '내가 명령을 내리니 어기지 마라'고 말씀하십니다.
대저 어기지 않는 것이 바로 어기는 것입니다.
대저 군왕의 의향을 무턱대고 따름은 망국으로 가는 계단입니다.
대저 하늘이 버리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작은 기쁨을 가져다주고 커다란 우환은 나중에 받게 준비해 두는 것입니다.
왕께서 만약 제나라에 져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 오히려 잠에서 깨어나 오나라가 세세로 존속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 선왕께서 얻은 것이 있다면 반드시 그 이유가 있고, 잃은 것이 있다면 또 그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선왕께서는 능력 있는 이를 등용하여 차서 가라앉는 것을 붙잡고, 기울어지는 것을 제때에 건져낼 수 있었나이다.
지금 왕께서는 까닭도 없이 공업을 이루고 하늘의 은혜를 여러 번 입었습니다.
이는 오나라의 명을 단축시키는 것이옵니다.
저 원(오자서)은 차마 병을 핑계로 물러나 왕께서 월나라의 포로가 되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저는 먼저 죽기를 청하옵니다.”
그러고는 스스로 칼을 잡고 죽기 전에 좌우에 부탁했다.
"내가 죽거든 무덤에 가래나무를 심어주게.
가래나무는 관으로 쓰기 좋으니!
내 눈을 뽑아 동문에 걸어주시게.
월나라 사람들이 들어와 오나라를 멸하는 것을 볼 것이니!"
오자서, 그는 끝까지 강한 사나이였고, 부차는 끝까지 강퍅한 사람이었다.
부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소리쳤다.
"과인은 대부가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할 것이오!"
그러고는 오자서의 시체를 말가죽 자루에 넣어서 강에 던져버렸다.
춘추의 한 축을 끊었던 영웅 오자서, 그는 죽을 때도 기세만은 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