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베란다 밖 나무들이 머리채를 휘날리며 몸부림치는 것만 봐도 오늘 날씨는 견적 나오거든요. 잔잔하던 바다마저 파도가 치는 걸 보니, 주유패스 강행이고 ‘나발'이고 집에서 쉬는 게 남는 장사입니다.
어제 그 거센 바람을 뚫고 다리를 건넌 탓인지, 우리 담이 짱 볼이 발그레한 홍조가 생겼어요. 기침 소리도 예사롭지 않아 오늘은 특단 대책, **'엄마표 보약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 초간단 혜자 미역국 레시피: 마트에서 230엔(약 2천 원!)에 파는 냉동 해물 믹스 한 봉지 털어 넣고, 마늘, 동전 육수, 쯔유 3스푼, 소금 한 스푼이면 끝! 보들보들한 일본 미역이 한국 미역 못지않게 아주 훌륭한 맛을 냅니다.
아침부터 집 안은 웃음바다입니다.
자는 오빠를 깨우러 간 담이가 오빠 다리털을 보고 깜짝 놀라 외칩니다. "오빠! 다리에 털 붙어있어! 빨리 떼!!!" ㅋㅋㅋ 복슬강아지 같은 다리털을 난생처음 본 담이
비몽사몽 "내 거야..."라고 대답하는 아들을 보니 누굴 닮아 저리 털북숭이인지 웃음만 나오네요.
아침 식사 후엔 담이 사장님의 '가루쿡 젤리' 오픈!
카푸치노 맛을 주문했더니 신나서 한 스푼 내어주는데... 와, 정신이 번쩍 드는 강렬한 신맛에 잠이 확 달아납니다. 흐린 날 집에서 시간 때우기엔 가루쿡이 최고입니다.
감기약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난 담이의 꿈속 메뉴는 '피자'였나 봅니다. 일어나자마자 피자 노래를 불러서 도미노 피자 시켰는데 주문취소 당했어요.
결국 피자헛 배달 성공! 30분 만에 온 건 좋았는데, 엠(M) 사이즈라더니 제 손바닥만 한 게 왔네요. 이 조막만 한 게 3천 엔이라니... 우리 동네 2만 원짜리 대형 피자가 눈물 나게 그리워집니다.
그래도 한국 피자보다 소스가 덜 매워 담이가 어찌나 잘 먹던지! 특히 남은 피자를 **"이건 오빠 줄 거야"**라며 따로 챙기는 담이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오빠를 향한 저 지극한 마음,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바람 부는 오키나와는 냉냉탕입니다.
영상 17도에 엄살 아니냐고요? 바닷바람 섞이면 체감 온도는 영하권인 데다, 온돌 없는 일본 집은 그야말로 야외 취침입니다. 지금 저희는 전기장판 한 장을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 중이에요.
벌써 3일 차 만에 귀국 편을 검색하는 저... 과연 40일 일기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요? 내일은 제발 바람이 좀 잦아들길 빌어봅니다!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