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점 메뉴는 아들 기운 팍팍 살려줄 '엄마표 특제 제육볶음'!
• 레시피 공유: 백설 제육 양념 5스푼, 고춧가루 2스푼, 쯔유 4스푼, 그리고 물 한 컵! 여기에 양파와 파를 듬뿍 넣어 자작하게 조려냈더니, 냄새만으로도 밥 두 그릇은 예약입니다.
• 담이를 위한 메뉴: 아직 매운 걸 잘 못 먹는 담이를 위해서는 짭조름한 베이컨을 노릇노릇하게 '굽굽'해줬어요.
주인님(아들)은 출근, 파출부(엄마)는 퇴근?
아침 든든히 먹이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에 빨래까지 마치고 나니, 제 모습이 영락없는 '오키나와 파출부' 같더라고요. ㅋㅋㅋ
그래도 우리 '주인님(아들)' 돈 벌러 씩씩하게 출근하는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뿌듯합니다.
자, 이제 주인님도 가셨겠다! 저도 파출부 앞치마 집어던지고 **'오키나와 여행자'**로 변신해 보려 합니다. 담이 손잡고 살짝궁 마실 나가볼까요?
파르코시티로 향하는 여정, 우리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긴 다리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카미지 다리(Kamiji Bridge)'**예요.
처음엔 그 길이에 압도당할 뻔했지만, 다행히 인도가 아주 넓고 안전하게 잘 되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걷기에 참 좋더라고요. 걷다 보니 이곳이 왜 **'러닝 크루들의 성지'**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어요. 스쳐 지나가는 분들 대부분이 활기차게 뛰고 계셨거든요.
바람이 잠잠해진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기세가 장난이 아닙니다. 미리 두툼한 털잠바를 입힌 덕분에 든든하게 길을 나섰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다리를 건너려니 우리 담이가 혹시 무서워할까 봐, 제가 먼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어요.
"오키나와 갈대랑 하이파이브할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그 소리에 무서움은커녕, 우리 담이 짱 까르르 웃으며 길가에 핀 모든 갈대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미래의 아이돌 담이 인사드려요!
사인받을 분들 모두 줄 서세요~^^"
아이의 웃음소리가 섞이니 그 길던 다리도, 매서운 바람도 어느덧 즐거운 산책로가 되더라고요.
한참 신나게 가던 담이가 갑자기 묻습니다.
“엄마, 왜 바다 쪽으로 안 가?"
속으로는 '너 바다로 내려가서 입수할까 봐 그래!'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애써 침착하게 둘러댔어요. "여기가 지름길이야, 훨씬 더 빨리 갈 수 있거든~“
이 날씨에 바다 구경하다가 입수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죠!
드디어 긴 다리를 건너 파르코시티에 도착했습니다!
러너들의 성지답게 다들 쌩쌩 뛰어가셨지만, 저는 제 소중한 도가니(?)를 위해 아주 천천히, 여유 있게 걸어서 입성했지요.
평일의 파르코시티는 주말과 달리 아주 한산하고 평화롭네요. 덕분에 느긋하게 구경을 시작했는데, 담이가 한국에서 본 <주토피아 2> 포스터를 발견하고는 어찌나 반가워하던지! 아는 캐릭터를 타국에서 만나니 더 신기했나 봐요.
다리를 건너느라 고생한 우리를 위한 첫 번째 코스는 바로 아이스크림 자판기!
당 충전 팍팍하고, 이제 서점으로 향해봅니다.
서점에 온 이유는 키즈 코너 때문이에요. 평일 파르코시티 서점은 너무 한산해서 뒷사람 눈치 볼 필요 없이 키즈 코너를 전세 낸 듯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었어요. 담이도 신이 나서 이것저것 만져보며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매서운 목소리!
어떤 외국인 부모님이 아이를 굳이 서점 안쪽 키즈 코너까지 데려와서 아주 엄하게 혼내시더라고요
. 분명 그 집 아이가 혼나는 건데, 왜 제 등줄기까지 서늘해지고 우리까지 같이 혼나는 기분이 드는 걸까요?
한참 즐겁게 놀던 담이도 주변의 험악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슬그머니 제 손을 잡으며 말합니다.
"엄마, 우리 이제 그만 나가자."
서점에서의 불편했던 마음을 날려버리려 야심 차게 키즈카페에 입성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평일 낮이라 그런지 개미 한 마리 안 보일 정도로 한산하더라고요.
텅 빈 놀이터를 보며 담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엄마, 친구들이 다 어디로 갔어? 왜 아무도 없어?"
제가 아주 현실적으로 대답해 줬죠.
"담아, 친구들은 지금 다 유치원 가고 학교 갔지~ 너만 안 간 거야!"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우리 담이 짱 아주 쿨하게 한마디 던집니다.
"하... 그럼 그냥 밥이나 먹자."
친구가 없는 키카도 재미가 없나 봐요.
파르코시티 2층에 올라오니 세상에! 슈퍼마리오 팝업 스토어가 열려 있더라고요.
귀여운 캐릭터들과 화려하게 꾸며진 트리까지, 이건 무조건 인생샷 각이다 싶어서 담이를 불렀죠.
"담아! 저기 마리오 트리 앞에서 사진 한 장만 찍을까?"
하지만 돌아오는 건 담이의 단호한 거절!
이제 우리 담이도 엄마가 찍어주는 사진에 순순히 응해주던 아기 시절은 지났나 봐요.
"절대 안 찍어!" 하며 고개를 돌리는 담이를 보는데, 훌쩍 커버린 것 같아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 사진 한 장 남기려면 고도의 협상 기술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네요.
담이가 좋아하는 라멘을 주문하려는데, 갑자기 대만 아주머니 한 분이 쓱~ 새치기를 시도하시더라고요?!
이런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한국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제 뒤에 서세요! 줄 안 보이세요??" 하지만 그분은 들은 척도 안 하고 꿋꿋하게 주문을 하려 하시더군요.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직원이 아주 단호하게 정색하며 그분의 주문을 거부했습니다. **"뒤로 가서 줄 서세요."**라고 딱 잘라 말하는데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결국 그분은 뒤로 밀려났고, 직원은 저에게 대신 미안하다며 사과를 건네셨습니다.
정작 미안해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친절한 직원이 사과하니 쓴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정의구현(?)에 성공했으니 기분 좋게 담이 라멘을 기다려봅니다.
라멘을 맛있게 먹던 담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달려갑니다.
알고 보니 창가 명당자리가 비기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나 봐요! 멀리서 저에게 빨리 오라고 당당하게 손짓하는 담이 짱.
"와! 담이가 명당자리를 맡았네! 대단해~"라고 칭찬해 줬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어찌나 뿌듯해하던지! 역시 피는 못 속인다고, 좋은 자리에 앉아 경치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아빠를 쏙 빼닮았습니다.
오키나와 8회 차 어린이답게, 이제는 엄마가 챙겨주지 않아도 알아서 최고의 **'바다 뷰'**를 차지할 줄 아네요. 창밖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폼나게 깡생수(?)를 들이켜는 우리 담이.
새치기 아주머니 때문에 살짝 상했던 기분이 담이의 이 귀여운 행동 하나로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앉아 있는 담이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유독 늠름해 보이네요.
버스 막차 시간(6시 50분!)이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서둘러 마트로 내려가는 길, 입구에 있는 기념품 가게가 발길을 잡네요. 오키나와뿐만 아니라 일본 전국의 유명 기념품은 다 모아놓은 듯해요. 혹시 여행 선물 고민 중이시라면 멀리 갈 것 없이 여기서 해결하셔도 좋겠어요!
새해라 그런지 말랑말랑한 떡들이 가득합니다.
저도 달지 않고 쫄깃한 찹쌀떡 하나를 얼른 집어 들었죠. 새해에 한국사람들 떡국 먹듯이 여기선 찹쌀떡을 먹어야 복이 온대요.
함박 스테이크가 맛있어 보여서 기분 좋게 담이에게 물었어요. "담이야, 저녁에 이거 먹을래?"
하지만 우리 '소식좌' 담이 짱, 단호하게 "나 저녁 안 먹을래" 라며 거절합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너 그러다 빼빼 말라서 뼈다귀가 될 거야!" 하고 겁을 줬더니, 담이가 아주 정색하며 대답하네요.
"엄마, 그건 나쁜 말이야. 그런 말 하면 안 돼!"
순간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살 안 찌는 애들은 다 이유가 있어요.
버스 막차 시간은 다가오고 장바구니는 무거운데, 우리 담이 발걸음이 또 멈췄습니다.
화려하고 예쁜 꽃 앞에서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더니 **"엄마, 이 꽃 너무 예쁘다!"**라며 눈을 반짝이네요.
그 모습이 참 순수하고 예뻐서 잠시 지켜보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속으로 조용히 외쳐봅니다.
'예쁘지만 제발 내려놔라... 뚜벅이 엄마는 지금 짐이 하나라도 더 늘어나는 게 제일 무섭단다.'
꽃구경을 마치고 가려는데, 이번엔 애견샵의 강아지가 담이의 발길을 잡았습니다. 유리창 너머 조그만 강아지가 안쓰러웠는지, 한참 동안 눈을 맞추며 텔레파시를 주고받더라고요.
그 평화로운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번뜩이는 생각!
"아, 버스!!!"
담이 손을 잡고 전력 질주를 했지만, 아뿔싸... 야속한 버스는 이미 저 멀리 떠나고 있었습니다. 6시 50분 막차인데, 이 짐을 들고 이제 어쩌나 앞이 캄캄해지더군요.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저를 보더니 담이가 제 손을 꼭 잡으며 말합니다.
"엄마, 괜찮아. 우리 걸어가자! 나 잠바 입으면 하나도 안 추워."
엄마 힘들까 봐, 미안할까 봐 먼저 씩씩하게 제안해 주는 담이. 내딸이지만 너무 착하죠.
비록 양손엔 무거운 장바구니가 들려있지만, 담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난로 삼아 밤길 산책을 시작해 봅니다.
막차는 떠났고, 남은 건 두 다리와 강풍뿐.
"잠바 입으면 돼!"라며 호기롭게 나선 길이었지만... 와, 오키나와 바다 밤바람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거의 허리케인 수준의 바람을 뚫고 걷는데, 낮에 그렇게 예쁘던 바다가 밤이 되니 집어삼킬 듯 칠흑같이 어두워 정말 무섭더라고요.
담이는 어느덧 무서웠는지 **"엄마 뛰어!"**를 외치고, 저는 소중한 도가니를 지키기 위해 **"안 돼, 도가니 나가!"**를 외치며 눈물겨운 사투를 벌였습니다.
다리를 건너고 나니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가로등조차 없는 암흑천지... 담이가 겁먹을까 봐 엄마는 최후의 수단을 꺼냈습니다.
케데헌 영상을 틀어줍니다
I was a ghost, I was alone, hah~
어두워진 앞길 속에...
여기가 오키나와 밤길인지 콘서트장인지! 담이와 함께 목청 높여 완창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무서움은 사라지고 집 앞에 도착해 있더라고요.
역시 케이팝이 최고입니다.
드디어 무사 귀가 완료!
현관문을 열자마자 밀려오는 안도감에 다리가 풀릴 뻔했습니다.
케데헌 노래를 완창 하며 어둠을 뚫고 온 우리 모녀,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뭐?
바로 당 충전과 마음의 진정입니다. 아까 마트에서 집어온 오키나와 바다 소금 고구마 스틱을 뜯었어요. 단짠단짠의 조화가 입안에 퍼지니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
. 그런데 문득 걱정이 앞섭니다. 오늘 이 엄청난 강풍과 '허리케인'급 날씨를 겪고 나니, 과연 내일 야심 차게 준비한 주유패스를 제대로 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네요.
내일 과연 날씨 요정님이 도와주실까요?
다음 일기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