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나무
기저귀를 채워놓야야 일이 수월했다
멀쩡한 사지를 멀쩡하지 못하게
사람이 사람이 될 수 없는 요양병원
밤새 배설물을 안고 잠을 청해보세요
아침까지 요양사가 일어날때까지 똥을 품은채 잠들어야 했다
아침이 밝았는데 묵직한 똥을 보물처럼 조심스럽게
치우고서야 돌아눕는 팔순노모
나 좀 여기서 꺼내다오
죽어도 집에서 죽을란다
붙여 놓은 뼈여 걸음을 걸어다오
자두나무를 심었다
죽을수도 있고 살 수도 있다고 자두나무 주인은 말했다
한 뿌리는 돈을 주고 두 뿌리는 돈을 받지 않았다
우리의 식목일에 우리는 나무를 심었다
한껏 기지개를 켜며 흙을 파고 나무를 심었다
하늘도 바람도 나뭇가지를 살피며 지나갔다
돈을 주고 산 자두나무는 잎을 맺었고
그냥 가지고 온 자두나무는 이내 죽었다
나무도 사람도 값을 지불해야 살아남는다
살아남은 나무는 겨울을 맞는다
그러니까
제발 기저귀를 채우지 말아줘요.
오레오 오레오
까맣고 두 겹의 크레커는 달콤하다. 우울하거나 산만하거나 내가 나를 삼킬만큼의 화가 나는 날은 오레오를 뜯는다. 오레오 봉지는 푸른 빛. 그 푸른빛을 건너 온 오레오는 너와 나를 달래준다. 까맣고 두꺼운 두 겹의 크레커는 바삭바삭 안정감이 든다. 두 겹 사이의 잼 비슷한 것은 우리를 미소짓게한다.
강 건너 킹덤은 불빛을 끈지 오래다. 큼직큼직한 실내 인테리어를 보고 한참을 웃었듯이 나를 통쾌하게 하는 오레오 오레오는 까맣고 두 겹의 크레커.
생일파티
겨울이었고 생굴에 군침이 돌아서 저녁메뉴로 정했던 것이 탈이났다. 배가 빵빵해졌고 생굴의 독소는 몸 구석구석을 돌고 있었다. 그래도 야심차게 귤 하나를 까먹고 터질것은 터져라 신호를 기다렸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는 밤새 들락달락 독소를 빼내고 빼내고 빼내어서 생일파티는 결국 하지 못했다. 준비해 간 맥주와 과일과 과자부스러기는 테이블에 남아있고 모두들 우울했다. 차례차례 들락달락 생굴은 절대 먹지 말자 다짐하는, 바람이 찬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