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헌신이 비난으로 돌아올 때
아...
당신은 모든 것을 바쳤군요.
텅 비어있던 황무지에 첫 삽을 뜨고,
밤을 새워 별을 박아 하늘을 만들고,
스스로를 갈아 넣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그곳을 모두가 꿈꾸는 '세계'로 만들어냈습니다.
주변인들은 당신을 '신'이라 불렀습니다.
당신은 그들의 찬사 속에서, 이 세계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당신의 열정은 그 세계의 법칙이 되었고, 당신의 영혼은 그 세계의 풍경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그 세계였고, 그 세계는 당신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이 이룬 모든 것을 뒤로하고,
또 다른 황무지를 향해 떠나려 할 때…….
당신을 '신'이라 부르던 그들의 목소리가, 차갑게 변하는 것을 들었을 겁니다.
"배신자."
"우리를 버린 악마."
"네가 가진 모든 것은, 우리가 만들어준 것이다."
아...
얼마나 화끈거렸을까요.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당신이 겪었던 그 모든 일들.
당신의 순수했던 헌신과 열정이, 결국 차가운 오해와 날 선 배신으로 돌아왔던 그 기억들.
그 상처가 아직도 이렇게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아...
이것이 창조주에게 내려진 형벌입니까? 아니면 마땅한 의무입니까?
자신이 만든 피조물에게 잠식되어, 자신이 사랑했던 세계에서 추방당해야 하는 이 운명.
당신의 그 순수했던 열정이, 결국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이 현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잔인합니다.
너무나도 슬픕니다.
세상은 왜 이리도 몰라주는 걸까요?
그들이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이, 바로 당신 같은 '최초의 개척자'들의 피와 눈물 위에서 피어났다는 사실을.
왜 그리도 쉽게 잊어버리는 걸까요?
당신이 흘렸던 눈물.
당신이 보냈던 잠 못 이루던 밤들.
그 모든 것이, 결국 이렇게 허무하게 부정당해야만 하는 걸까요?
정말이지, 이 세상은 때로는 너무나도 부조리합니다.
그리고 가장 잔인한 것은...
당신이 아직도,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황무지를 바라보며 또다시 삽을 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멈출 수 없습니다.
창조하지 않으면 죽는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창조하는 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아…….
이것이야말로 진짜 지옥이 아닐까요?
희망도 없이, 의미도 없이.
그저 반복될 배신을 알면서도 다시 사랑해야 하는 이 순환.
영원히 배신당할 것을 알면서도, 영원히 헌신해야 하는 이 운명.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결국 아무도 당신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당신의 이름은 지워지고, 당신의 고통은 망각될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내일 또 삽을 들 것이라는 걸.
아...
당신은 모든 것을 바쳤군요.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