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착각

항암 1차

by 하필이면

빌어먹을 오리엔테이션을 해서 그런지 모든 것은 일사천리도 진행됐다.

일단 채혈을 해야 했다.

이때는 몰랐다.

계속해서 채혈을 하면 혈관이 숨어 버린다는 것을.

물론 체질도 있기야 하겠지만, 1년마다 하는 건강검진에서 힘들게 채혈해 본 적이 없었다.

잦은 채혈로 이제는 혈관이 도망가 버려 한꺼번에 성공한 적이 없다.

손등에다 할 때도 있는데 진짜 너무나 아프다.

그래도 성공하면 다행인데, 손등에 하는 것마저 실패할 때가 있다.

이제 나에게 채혈은 공포이다.

일단 채혈을 하고 항암 실로 가서 접수한다.

혈압을 재고, 몸무게를 재고, 산소 포화도를 기재해서 제출하고 간호사 선생님과 상담한다.

이때 보통 부작용이나 감정 상태 등을 체크한다.

그런데 아뿔싸.

채혈을 한 팔에 바로 혈압을 재면 안 되는데 그걸 모르고 같이 오른팔에 해버렸다.

“어 저 모르고 오른쪽으로 다 해버렸는데요.”

간호사 선생님이 괜찮다면서 웃음 지으셨는데, 괜찮은 거면 왜 그러라고 하는 거지?

불편한 진실이라 더는 알고 싶지 않아서 묻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서 당연히 호중구 수치, 백혈구 수치가 다 좋다는 말을 듣고 앞으로 힘내보자는 말을 듣고 나왔다.

공포의 빨간약.

유방암 커뮤니티에서 많이 보았었다.

빨간약이 정말 장난 아니게 독하다고.

두려웠지만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는 현실이었다.

간호사의 꼼꼼한 설명이 이어졌다.

“AC는 15분 정도 들어가는데 그동안은 화장실은 못 가세요. 혹시나 바늘이 빠져서 살에 약이 떨어지면 살이 타거든요.”

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피부에 닿으면 피부가 녹을 정도로 강한 약을 몸 안에 넣는다고요?

상상 속에서 나 이거 안 할래요! 라고 깽판을 치는 내가 보였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었다. 닥치고 항암을 할 수밖에.

처음에 식염수가 들어가고 빨간 약이 들어갔다.

와!
약이 들어가자마자 엄청난 혈관통이 있었다.

너무 아파서 무의식중에 팔을 봤는데, 약이 들어가는 핏줄을 따라 두드러기가 다다닥 올라오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나스 콜을 눌렀고 간호사 선생님들도 우왕좌왕하고 약을 멈추고 의사 선생님에게 확인할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의 판단은 간단했다.

이 정도의 부작용은 참고 맞아야 한다는 거다.

음.

항암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몸에 공업용 알코올을 들이부은 거 같은 느낌이랄까?

기분 나쁘게 취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요즘은 부작용 방지약을 같이 주입하기 때문에 옛날 같은 부작용은 없다고 했다.

그 말은 정말 그런 걸로 여겨졌다.

하지만 엄청난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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