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가 되기 전

by 제니스코치

늘 계획을 세우고, 계획한 것은 다 해내고야 마는 나였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너는 걱정이 없다", "넌 알아서 잘해. 어려서부터 그랬어."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반면 오빠에 대해서는 늘 불안하고 걱정이 많으셨다. 오빠가 등교하고 나면 엄마는 혼잣말로 말하셨다.

"오빠가 잘 때 기침을 하던데 아프면 어쩌지."

"오빠가 아침에 또 짜증을 내고 학교에 갔네."

"오빠가 실내화주머니를 두고 갔네. 휴..."

그럼 나는 보란 듯이 혼자 준비물을 챙기고, 야무지게 옷을 입고, 밥을 썩썩 비벼 먹으며 등교 준비를 했다.

때때로 엄마는 오빠가 학교에 가는 뒷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시려고 베란다에 나가셔서 하염없이 오빠를 바라보셨다.

(40년 넘게 잊고 있었던 이런 장면들이 최근에 갑자기 떠올랐다. 어릴 적 살던 집의 풍경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와 엄마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다.)

오빠는 학교에 가는 길에 공중전화에서 울면서 전화를 하기도 했다.

"엄마, 내가 아침에 나오는데, 침대에 이불이 삐뚤어졌어요. 근데 그걸 그냥 두고 나왔어요. 엉엉..."

"응, 괜찮아. 걱정하지 마. 엄마가 똑바로 해줄게. 울지 말고 얼른 학교 들어가."

오빠는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엄마의 그런 마음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작은 것 하나에도 예민하게 굴고, 늘 골골거리며 아팠는데 나는 잔병치레 하나 없이 자랐다.

"어떻게 꼭 걸려도 오빠만 늘 감기에 걸리는지. 약국에 가서 오빠약 좀 찾아와."

나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약국에 가면서 아프지 않아 엄마를 걱정시키지 않는 야무진 내가 자랑스러웠다.

나는 잘하는 것은 더 잘해서 엄마를 웃게 만들었다. "넌 어쩜 이런 것도 잘하니!" 엄마가 웃으면 기분이 좋았다.


나는 유학도 가고, 대학도 잘 가서 엄마에게는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대학생 때는 엄마와 자주 함께 다니며 쇼핑도 하고 친구처럼 지냈다. 엄마 친구분들과 우리를 처음 보는 가게 사장님들도 엄마와 나의 모습을 부러워했다. 20대 중후반에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매일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엄마, 오늘 내가 이렇게 했잖아." 하며 미주알고주알 "잘난 딸"이 되어 이야기를 했다.


남편과 결혼을 했다. 딱 계획을 세운 달에 임신이 되었고, 남편과 내가 원하던 4월의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내가 정한 시간에 재우면 잠을 자고, 정해진 시간에 모유수유를 알맞게 하고, 하나도 힘이 들지 않게 잘 커갔다. 아이를 키우는 하루하루가 행복이었다.

그렇게 꿈 많고 원하던 것 많아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던 내가, 마치 엄마가 되는 게 인생의 꿈이었나 싶게 아이를 잘도 키웠다. 또래 아기들 엄마들과 만나도 내 아이는 가장 FM이었고, 이유식도 잘 먹고 낮잠시간도 잘 지키는 자랑스러운 아이였다. 두 돌이 되지도 않았는데 말도 잘하고, 소근육도 잘 발달되었다.

어쩜 이렇게 야무질까. 정말 나랑 똑같아. 나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