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완벽한 엄마의 착각

딸을 품고 나를 잃다

by 제니스코치

그날도 첫째는 “하… 학교 가기 싫어.”라고 말했다.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시선은 나를 향해 있지도 않았다.


“첫째야, 넌 할 수 있어! 엄마가 응원할게. 잘 다녀와.”
내 말은 ‘꽝’ 닫히는 현관문 소리에 삼켜졌다.

힘들었다. 첫째가 힘들어하는 걸 보는 일이 이렇게 아플 줄 몰랐다.


첫째가 중3이 되기 한 달 전, 우리 가족은 이사를 하게 되었고 첫째는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이사도 전학도 다 좋아했고 설레했던 첫째는 이상하게 학교가 시작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매일같이 이전 학교와 친구들을 생각하며 비교하고, 얼마나 힘든지 엄마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짜증을 부렸다.


나는 늘 빠르고 정확하게 정답의 대화를 만드는 엄마였다.

놀이터에서 더 놀고 싶다고 떼를 쓸 때 하는 대화, 장난감을 사지 않게 설득하는 대화, 밤에 무서워서 잠이 안 올 때 하는 대화, 휴대폰 통제 없이도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대화.
나는 그런 엄마였다.
하지만 이제는 대화의 정답을 찾지 못한 내가 빈집에서 울고 있었다.

첫째가 힘들게 학교에 간 날이면 식탁에서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는 손이 벌벌 떨렸다.


하루 종일 너를 생각해. 오늘 학교에서 너의 마음은 어떨까?
힘들게 지낼 너를 생각하면 엄마는 눈물이 나.
엄마가 언제나 곁에 있어줄게. 엄마는 너를 정말 사랑해.


하루 종일 시계를 보며 첫째 하교 시간을 기다렸다.
어쩌다 첫째가 웃는 얼굴로 현관문을 들어오는 날엔 긴장이 풀려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오전에 울면서 쓰고 첫째 책상 위에 올려둔 편지는 아이가 보기 전에 얼른 치웠다.

그러다 또 어느날은 첫째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굳은 표정으로 들어와 그대로 방에 들어가 침대에 엎드리는 것을 보면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는 그러면 쪼르르 방으로 쫓아 들어가 첫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늘 많이 힘들었어? 엄마가 편지 써놨어. 나중에 읽어봐.”

나는 ‘감정을 공감해주고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엄마’가 좋은 엄마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었다.

매일 아침, 나는 첫째에게 온 신경을 다 쓰며 사랑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머리를 말려주고 몸에 로션을 발라주고 교복을 입혀줬다. 양말도 신겨줬다.
양말을 바짝 올려 신겼다고 첫째가 짜증을 내도 “미안해.”라며 기분을 맞춰줬다.

첫째는 물이 차다고, 또 물이 미지근하다고 짜증을 내고 화를 냈다. 이유는 매번 달랐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이 곁에 좋은 엄마가 이렇게 늘 있어주면 “엄마, 고마워!” 하며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곧 안정될 거라 믿었다.

그리고 짜증의 대상이 나여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밖으로 돌거나 다른 나쁜 방법으로 해소하지 않으니 말이다.


매일같이 걱정 어린 말로 첫째와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남편에게 말했다.
사실은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 어필보다는 내가 이렇게 좋은 엄마라는 어필을 하고 싶었다.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한 번쯤은 단호해도 되지 않아? 그 정도라면 혼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언제나 똑같은 대답을 했다.
“여보, 걱정 마. 나 같이 좋은 엄마가 어디 있겠어. 저러는 게 다 ‘엄마, 나 더 사랑해줘!’라는 표현이야.
계속 사랑해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