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다시 써버린 육아휴직 이야기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다시 블로그에 들어와 보니, 마지막으로 쓴 글이 출산과 조리원 후기, 유모차 사은품을 받기 위한 기록이더군요. 그 이후로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고, 오늘에서야 겨우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네요.
아이는 자라고, 나는 복직했습니다.
아이가 돌이 되자마자 어린이집에 보냈고, 14개월 차에 복직했어요.
복직 이후의 삶은 생각보다 고단했습니다.
어떤 날은 괜찮았지만, 또 어떤 날은 버티기조차 힘들었죠.
복직 한 달 전, 사장님이 아닌 후배들이 제게 "복직 일정 꼭 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예감이 들었고, 실제로 복직 후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나는 다시 '실무자'가 되어 있더군요.
휴직 전에는 다양한 업무를 자연스럽게 맡았고, 체계 없는 회사 특성상 실무형 관리자였죠.
사장님도 저에게 "운영 좀 더 정리해줘"라고 말하셨고,
저 역시 실무와 관리자 업무를 병행하며 동료들에게 강한 태도로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이 제가 떠난 동안, 동료들이 제 자리를 대신했고,
제가 돌아오자 관리직은 그들에게, 실무는 제게 몰리는 구조가 됐습니다.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됐습니다.
업무하는 내내 "왜 이래야 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저는 원래 혼자 정리해서 결과만 공유하는 스타일인데,
복직 후엔 모든 업무를 세세히 공유하고 보고하라는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사사건건 간섭이 생겼고, 감정은 점점 꼬여갔어요.
결국 저도 방식을 바꿨습니다.
전부 공유하고, 모든 걸 투명하게 알리기로 했죠. 하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요구는 더 늘었고, 저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몸과 마음, 둘 다 무너졌습니다.
스트레스는 곧바로 몸으로 나타났고, 왼쪽 가슴이 뻐근하게 아픈 날이 잦아졌습니다.
아기를 재운 뒤엔 보상심리로 폭식을 했고,
몸은 무거워지고 실수는 늘었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습니다.
어느날 동료가 "보육으로 인해 연차를 쓴 건 이해하지만, 출근한 날은 더 꼼꼼하게 체크하셔야죠."
그 말을 듣고, 나는 더는 못 버티겠다고 느꼈습니다.
살림, 육아, 업무, 모든 게 과부하였고 기억력도 떨어져 개인 일정조차 하나하나 놓치기 시작했죠.
이러다 정말 어디 한 군데는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께 말했습니다.
"이제 더는 못 하겠습니다."
사장님은 처음엔 알겠다고 하셨지만, 이내 말씀하셨죠.
"네가 받아주니까 그러는 거다. 애들한테 숙이면 안 돼."
그 말도 맞는 말입니다. 남편도 같은 말을 했어요.
하지만 현실 속에서 워킹맘이 다수를 상대로 싸운다는 건,
생각만큼 단순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맞서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피하는 쪽을 선택했어요.
그건 패배가 아니라 판단이었습니다.
조직에서 다수를 이기려면 절대적인 에너지가 필요한데,
지금 나는 그 에너지가 없는 상태였고, 숙이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죠.
그래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복직 후 1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니까요.
몇 번의 면담을 통해 제 상황을 설명했지만,
동료들은 워킹맘의 처지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어요.
사실, 저도 예전엔 그랬기에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원망보단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맞지 않았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멈추기로 했습니다.
1년의 워킹맘 생활을 마치고, 6개월 육아휴직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동료들도, 사장님도 제가 다시 돌아올 거라 생각하는 듯했지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이 어떻게 흐를지.
분명한 건, 지금은 멈춰야 할 타이밍이라는 직감이 들었다는 겁니다.
그래도, 저 스스로는 잘해왔다고 다독이고 싶어요.
26살에 첫 직장을 그만두고 대만으로 향했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3년 반을 살았고,
코로나로 돌아와 모든 게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났고,
결혼, 임신, 출산, 그리고 워킹맘의 삶까지 버텨냈습니다.
저는 늘 제가 원하는 길을 선택해왔습니다.
실패해도 제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없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조금 느려져도, 조금 돌아가도 괜찮습니다.
저는 제 방식대로 잘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글을 마치며,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합니다.
잘 쓰진 못하지만, 이렇게 기록하는 걸 좋아해요.
이번 다짐도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또 흘려보내고 싶진 않습니다.
이번엔 조금 더 오래 써보려 합니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워킹맘들에게
"당신도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