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는 데 진심이었던 VIP
이번 투어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미니버스 대신 의전용 벤,
숙소는 타이베이 최고급 호텔.
이름은 패키지였지만, 사실상 VIP 의전투어였다.
의뢰인은 돌싱 남자 손님.
곧 결혼할 여자친구의 가족과 ‘사전 친해지기 여행’을 계획했고,
여행사에 아는 동생이 있어서 추천받아 대만을 선택했다고 했다.
정석적인 패키지가 아니라,
손님이 원하는 장소를 알려주면 그걸 엮어 코스를 짜는 ‘맞춤형 여행’이었다.
입국장에 들어선 순간, 나는 바로 알아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그들의 모습.
가이드 2년 차였지만 이렇게 화려한 팀은 처음이었다.
남자는 아이가 있었지만 키우진 않았고, 여자는 아이가 없는 돌싱.
그녀는 엄마와 여동생을 데려왔다.
가족이 되기 전, 서로 친해져 보려는 자리 같았다.
그들은 꾸미는 데 진심이었다.
아침 미팅 시간은 늘 30분~1시간 지각.
저녁 식사 전엔 꼭 호텔로 돌아가 디너룩으로 환복.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가족여행인가, 드레스 코드 맞추는 오디션인가.'
그렇다고 분위기가 싸늘했던 건 아니다.
원하면 노을 보러 카페에 들르고, 갑자기 쇼핑이 하고 싶다 하면 일정을 바꿔 즐기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나까지 끌어주며 식사와 커피를 함께하는 순간도 있었으니, 겉치장만큼 속도 화려하게 사는 분들이었다.
그러다 들은 얘기 중 하나가 지금은 유명해진 ‘도이치모터스’였다.
몇 년 전 뉴스에서 그 이름을 듣고, 문득 그분들이 떠올라 피식 웃었던 기억도 난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건,
어머님도 돌싱재혼가정이셔서 딸이 돌싱과 결혼하는 걸 개의치 않아 하셨다는 점.
예비 사위와 담배를 나눠 피우며 담소하는 장면은, 내겐 꽤 낯설고 기묘했다.
“장모님과 맞담배라… 이 정도면 이미 합격인가?” 싶기도 했다.
팁도 챙겨주셨지만, 한 번은 마사지샵에서 에피소드가 있었다.
남자 손님이 마사지사의 영업에 넘어가 건강식품을 잔뜩 사셨는데,
민망하다며 나에게 “쇼핑은 안 간다더니 여기서 당했네”라고 멋쩍게 말씀하셨다.
그분은 모르셨을 거다.
사실 그날, 마사지샵에서 나에게 따로 ‘판매 성과 수고비’ 팁을 줬다는 걸.
(나도 그때 처음 알았다. 마사지샵도 쇼핑 포인트였다는 걸!)
화려한 첫인상에 선입견을 가질 뻔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도 결국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란 걸 알게 됐다.
겉으로는 럭셔리 오디션 같았지만, 그 속엔 서로의 삶을 이어가려는 진심이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그들을 한국으로 배웅하던 날, 마음속으로 빌었다.
‘부디 이분들, 서로에게 오래도록 따뜻한 가족이 되기를.’
안녕하세요 유니로그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지 한 달 남짓.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댓글과,
글이 발행될 때마다 찾아와 하트를 눌러주신 독자님들 덕분에
저는 육아휴직 중의 공허함 속에서도 글 쓰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가이드를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마음속 깊이 접어 두었던 그 시절의 손님들 이야기를 다시 꺼내 적어보니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그리고 [대만 청춘일기, 나를 찾아가는 낭만]으로 제 청춘을 회상하며 기록하는 시간은 제게 매우 뜻깊은 선물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걸어왔던 길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지금 저에게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일이 바로 그 시작이자 재정비의 시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벌써 [패키지투어엔 없던 이야기]은 마지막 한 편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초보 작가임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을 수 있었던, 제겐 특별히 고마운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공감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늘 따뜻하게 지켜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유니로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