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과 끝은 긴 기다림이 수반된 이동이다.
그 이동을 하며 즐길 수 있다면
그제야 진정한 여행자가 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세 시간 전에 공항에 왔다.
줄 서서 기다리다가 체크인하고 짐검사를 하고
게이트 앞에 앉아서 기다리며 공항 내부에서
열차가 지나다니는 광경을 보며
카타르 공항 C9게이트에 앉아있다.
지금 실내에서 운행하는 열차가
자기 부상으로 돌아다닌다고 해도
아직은 내가 어릴 적 손오공을 보며 꿈꿔본
순간이동은 현대기술력으로도 힘들겠지?
그럼 공항도 다 없어질 텐데.
아니 기다림도 없어질 텐데.
아니다. 그럼 재미없다.
행복이 줄어들 거 같다.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행복이
내가 원하는 곳에 눈감았다가 뜨는
찰나의 순간에 이동하는 편리함보다
훨씬 소중할 거 같다.
그럼 내 소원은 순간이동이 아니라
이제부터 투명인간이다.
그래서 몰래 비행기에 들어가서 앉아있을 거다.
기다림은 적응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