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Steel의 역사

역사로 읽는 뉴스

by 송한결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3월 14일, 일본제철의 US스틸 합병 계획에 대해 “US스틸은 한 세기 이상 상징적인 미국 철강 회사였고, 그것이 국내에서 소유되고 운영되는 미국 철강 회사로 남아있는 것이 필수적" 이라면서 반대했다. US스틸은 앤드류 카네기(1835~1919)의 철강회사를 JP모건이 합병함으로써 1901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합병을 반대한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US스틸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와 펜실베니아 주는 올해 치러지는 11월 대선의 격전지이다. 철강노동조합은 이번 인수가 미국의 철강 산업을 약화시키고, 회사의 핵심 기술이 일본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세워 합병을 반대해왔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공장 노동자들을 비롯해 철강노동조합의 지지를 얻기 위한 대선 전략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철강 회사’라는 점을 강조한 이유는 일반 국민들도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왜 US스틸을 "미국의 상징적인 철강 회사” 라고 말했을까? 우선 철강 산업은 나라를 막론하고 강대국의 근간이 되는 산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고 US스틸은 20세기 미국 철강 산업에서 큰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19세기 말 ~ 20세기 초반까지의 규제 없는 독점 및 트러스트 덕분이기도 했다). 또한, 앤드류 카네기의 삶은 미국의 사업가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산업을 통해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진보적 기업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본인의 노력으로 성공하는 사람, 자선사업과 기부를 통해 사람들을 돕는 부자, 세 가지 모습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런 두 가지 의미에서 2024년 현재까지도 ‘미국의 상징적 기업’인 것이다.


그리고 카네기 스틸과 US스틸의 역사를 통해 ‘미국의 상징적 기업’ 이라는 말의 의미를 훨씬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그 역사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의 노동운동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우선 카네기 스틸 및 그 무렵의 노동운동을 다루고 난 후에, 21세기까지의 US스틸의 변화 과정을 서술할 것이다.

카네기가 US스틸의 전신인 카네기 스틸을 설립한 것은 1892년이다. 카네기 스틸 및 US스틸의 역사는 그 이전부터 점진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던 노동 운동의 역사와도 겹친다. 그렇기 때문에, 카네기 스틸 및 US스틸 또한 노동 운동의 거센 물결을 피할 수는 없었다. 법과 경찰이 방파제가 되어 막아주었으나 파업의 규모가 커지자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노예제가 폐지되고, 공업화가 진행되는 동안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장시간 일하고 적은 임금을 받았다. 공장 노동자들을 ‘새로운 형태의 노예‘라고 할 정도였다. 공장 노동이 막 시작되던 시기라 제대로 된 노동법이 없었고,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처우는 기업가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업가와 정부는 공공연하게 연합하여 기업들은 강철, 석유, 철도 산업 등의 거대한 트러스트와 시장 독점을 법적으로 보장받았는데, 그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연합에 대항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저항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발적으로 일어나다가 노동자들의 단체가 생기고 그들의 신문이 발행되면서 점점 저항의 규모가 커졌다. 그 이후 노동조합이 민주당에 합류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세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카네기 스틸이 1901년 US스틸로 합병된 이후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US스틸 위키백과 참조).

1902년 US스틸의 철강 생산량은 미국 전체 생산량의 2/3 수준이었다. US스틸의 20세기 초 성장은 부분적으로 흑인 노동자들과 죄수 노동자들의 희생에 의존했다. 남부 주에서의 인종차별적 법을 활용해 보다 적은 돈으로 흑인 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있었고, 죄수 강제 노동은 1920년대 말까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1907년, US스틸은 가장 큰 경쟁자였던 테네시 석탄, 철, 철도 회사를 인수했다. 연방정부는 1911년 반독점법으로써 US스틸을 쪼개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이미 1911년, Bethlehem Steel 등의 경쟁 기업의 기술 혁신에 뒤쳐져서 US스틸의 철강시장 점유율은 50%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공급 계약으로 생산은 다시 치솟았다. 1943년에 US스틸 역사상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있었는데, 340,000명 이상이었다고 한다.

전후 세계에서, 철강산업과 중공업은 구조조정을 겪었다. 많은 일자리들이 해외로 옮겨졌다. 레이건 정부(1981~1989) 초기에, 철강 분야는 세금 혜택을 통해 보호받았다. 그러나 시설을 현대화하는 대신, 철강 회사들은 더 수익이 좋은 분야로 자본을 투자했다. US스틸은 마라톤 오일을 1982년 1월 7일에 인수했고, 몇 년 후 텍사스 오일과 가스도 인수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에너지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2년 1월, 세르비아의 공장을 세르비아 정부에 매각했다. 2022년 2월, 아칸소에 새로운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2023년 12월 18일, 일본제철은 141억 달러로 US스틸을 인수하겠다는 합의를 발표했다. 다만 US스틸의 본사와 노동조합은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비판을 받다, 결국 2024년 3월 14일 바이든의 발언으로 진행되기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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