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탸탸리코 Jul 20. 2023

다채로움의 향연 그것은 바로 장보기

코스트코

코스트코가 한국에 들어온 지 햇수로 30년

(정확히는 한국에 코스트코가 들어온 게 94년도다)

엄마의 코스트코 카드는 94년부터 시작한다

그러기에 어렸을 때부터 장을 본다고 하면 바로 코스트코부터 생각했다


오늘 운동을 마치고 씻고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씻고 있는 중이기에 전화를 받지 못하고 그냥 두었는데 바로 다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 생겼나 냉큼 전화를 받아보니 엄마가 장 보러 갈 건데 나도 같이 잘 거냐는 전화였다

그러자 씻는 와중에 전화를 받아야 했던 순식간의 짜증이 수그러들었다

(핸드폰도 들고 들어가지 않아 워치로 받았어야 했다)


씻고 나와 대충 말리고 바로 엄마 아빠의 차를 타고 코스트코로 향했다.



이 장소가 나에게 주는 기쁨은 실로 어마무시하다

큰 창고형태의 투박하고 인테리어랄 것이 딱히 없는 곳, 오로지 물량으로 승부를 보는 곳임에도 참 마음에 든다

더군다나 새로운 걸 보는 것도 경험하는 것도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는 나로서는 금상천화의 장소다



코스트코는 나에게 많은 추억이 있는 장소이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머리 하나가 클정도로 키가 큰 편이었던 나는 이곳의 유달리 큰 카트를 특히나 좋아했다

(지금은 다른 곳의 카트도 크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이렇게 큰 카트를 따라 올곳이 없었다)

카트에 타서 열심히 구경을 했던 것도, 언니와 같이 타서 언니와 장난을 치고 놀았던 순간, 아빠에게 카트에 올려달라고 했던 순간, 어느 순간 카트에 들어가기에 너무 커버려 아쉬워했던 순간까지도 다 기억이 난다.


난 남다른 발육과 DNA로 청소년기 때 엄청난 식성을 보유했다

(10대 때 언니와 나는 엄마가 밥솥에 해둔 5인분의 양을 둘이서 한 끼에 먹을 정도로 잘 먹었다)

이 엄청난 식성으로 인해 거의 2주에 한 번꼴로 갔었던 기억이 난다

(2주에 한 번은 아니더라도 정말 자주 갔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집은 맞벌이 집이었기에 저녁을 언니와 내가 해 먹고 학원을 가야 했었던 일이 많았다

그러면 엄마가 사다둔 냉동실에 있는 연어스테이크를 열심히 구워 먹고 나갔던 기억이 있다

명절날에도 큰집이었던 우리 집은 음식준비를 하기 위해 어느 날이 사람들이 덜 몰릴까 눈치싸움 하며 갔던 기억까지 특히나 10대 때는 기억이 많이 있었다


어렸을 적 장을 보러 가면 나와 언니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항상 같이 갔었다

그럼 마치 가족들과 여행을 간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차에 타고

오늘은 어떤 새로운 것이 날 설레게 할까 기대하며 갔었다


10대의 끝자락에서는 엄마 아빠를 더 이상 안 따라가기도 했다

이젠 엄마와 아빠와 같이 가서 장을 보는 것보단 집에서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연락을 하거나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를 본다던가 하는 독립의 시작을 알리기도 했으며

어렸을 때부터 언니 따라쟁이였던 나는 언니가 가지 않겠다고 하면 어렸을 적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언니를 따라 집에 남아있기도 했었다.


20대가 되고서는 그런 언니를 두고 엄마 아빠를 따라 다시 장을 보러 나갔다

(언니가 본인은 사실 장 보러 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종종 내가 담은 것들은 내가 엄마에게 그만큼의 돈을 주기 도하지만, 엄마는 유달리 장 볼 땐 너그럽다

내가 먹고 싶어 하면 사주겠다고 선뜻 말을 하기도 하고, 사정이 생겨 장 보는 것에 따라가지 못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다 주기도 한다

엄마가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잘 알고 있지만 특히나 내가 말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들을 서프라이즈로 사 올 땐 특히나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은 나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창고형태를 유지하는 이곳은 근 30년간 인테리어 하나 바뀌지 않고, 새로운 장소에 오픈을 해도 다른 곳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형태를 유지한다

투박한 가격표, 들어갈 땐 항상 카드를 들어 보여주며 나갈 땐 항상 긴 영수증에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치는 것, 항상 비슷한 푸드코드까지

한결같이 꾸준한 이 장소는 나를 다시 어렸을 적으로 시간이동시킨 것과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마 예전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내가 기억을 못 할 뿐)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추억도 있지만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제품들을 많이 팔고 있다는 것이 좋았다

항상 독특하고 새로운 것에 매료되곤 했기에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은 해외제품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하던 제품 디자인 또한 나에겐 더 즐거움을 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나라 제품의 디자인이 더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국적인 모습이 더 날 자극했다

나의 시각을 즐겁게 해주기만 한 게 아니라 나의 미각 또한 즐겁게 해 주었다

특히나 이곳에서 파는 치즈피자를 좋아한다

압도적인 피자의 크기, 정말 별거 없이 치즈와 토마토소스만으로 내는 심플한 맛이 참 좋다.


나의 어렸을 적의 추억 그리고 맛난 먹거리를 주는 코스트코야 내가 너네 멤버십 등록하는 날까지 무럭무럭 자라진 말고 지금 이대로만 있어다오.







 















작가의 이전글 무 지성 사랑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