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너무 힘이 들어서 표정을 지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가방을 탁, 내려놓고 나니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텅 빈 거실에 앉아서 엉엉 울고 있으니까 엄마가 놀라 달려 나왔다.
그리고 내 앞에 쪼그려 앉아 물었다.
“엄마 딸, 왜 울어?”
“사는 게 너무 힘들어”
그때 나는 정말로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고작해야 스물 됐는데 학교 적응하랴, 아르바이트하랴, 대외 활동하랴,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스케줄에 나는 지쳐있었다.
훌쩍거리며 엄마한테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고 나니 엄마가 그랬다.
“그럼 그만둬.”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 그걸 어떻게 그만둬, 내가 지금 얼마나 버티고 있는데 그런 소리를 해, 힘들어도 계속해야지 그만두라고 하면 어떡해- 하는 소리를 늘어놓으니 엄마가 말했다.
“세상에 울면서까지 해야 할 일은 없어 지수야. 너무너무 힘이 들면, 그냥 그만 해도 돼. 도망가도 괜찮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힘이 들다고 하면 힘을 내라고 하는 게 당연한 세상에서 나에게 그만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억지로라도 힘을 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오히려 그 생각 때문에 더 숨이 막혔던 것 같다.
힘이 든다고 말하면 힘내라고, 넌 할 수 있다고, 바란 적 없는 속 빈 응원들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면서도 억지로 걸음을 떼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기는 사람 없는 레이스에서 너무 열심히 달리는 중이었다. 이겨도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 싸움이었는데.
더 이상 힘내고 싶지 않은 그때,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그래서 나에게 너무 큰 위로였다.
그래서 그만뒀냐고?
아니, 계속했다. 꿋꿋이 버티면서 손안에 주어진 일을 차곡차곡 해냈다. 하다 보니 체력이 붙어서인지, 더 이상 그날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힘든 날이면 내 앞에 앉아서 도망가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던 엄마를 떠올렸다.
그러면, 사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