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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리 Feb 03. 2024

01.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그날들의 이야기

기차역 뒷골목을 누비던 아이들의 이야기




나는 1979년 9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태어나자마자 타지로 떠나 온갖 곳들을 떠돌아다니며 주민등록등본을 채워 나가다가

일곱 살이 되던 해에 다시 내 고향 부산으로 돌아왔다.

살기가 참으로 어렵던 그 시절, 우리 부모님 뿐만이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했었기에 많은 가정의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다만 약간의 차이들로 인해 앉은자리가 조금 더 괜찮고 조금 더 험했을 뿐.

열심히 애쓰시고 힘들게 사셨지만 우리 부모님 역시나 후자 쪽에 가까운 생활을 꾸려나가고 계셨다.


타지에서도 별다른 수를 얻지 못하신 부모님이 다시 돌아와 마주하게 된 가장 큰 문제는 방을 구하는 일.

가진 돈이 넉넉했다면야 무슨 걱정이 있으랴.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보증금으로 걸고 월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겨우 금액에 맞는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았는데 그곳이 바로 기차역 뒷골목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기차들이 드나들어 늘 기차의 엔진소음을 들으며 살아야 하는 곳.

기차를 타고 드나드는 외지 사람들, 일명 뜨내기 사람들을 위한 숙박시설이나 그들을 노리는 유흥업소들이 모여 있는 곳.

이런저런 이유들로 집값만큼은 착한 이곳에 우리 부모님을 터를 잡았다, 아니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나이가 되어 주거환경이라는 안경을 끼고 그 시절을 돌아보면 아이를 키우기 정말 안 좋은 곳이라는 생각부터 들지만,

그 시절 속에 있는 나는 충분히 평범한 다른 아이들처럼 희로애락을 골고루 가지고 잘 지냈던 것 같다.

주위 친구들도 비슷비슷한 환경들이었고, 지금처럼 남이 사는 걸 눈만 뜨면 구경할 수 있는 (다행히도) 신기한 세상이 아니었기에

나는 나 나름대로 연탄보일러로 데워진 따뜻한 단칸방에서 겨울의 추위를 피했고,

마당에 놓인 큰 평상에 모여 이웃들과 수박을 나누어 먹으며 한여름 더위를 이겨냈던 일상이 감사하기만 했던 것 같다.

밤난 시끄러운 기차소음과 어두워지면 치안걱정에 집 밖을 나서기 겁나는 곳이었다는 사실이 그다지 떠오르지 않고,

오히려 그 시절을 추억하면 입가에 미소 지을 일들이 많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그 시절 나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의 유년시절,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수많은 이야기들 중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앞으로 이 매거진에 담아,

나의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 깊이 담긴 추억들이 미소와 함께 떠올려질 수 있도록 말이다.





Gina SJ Yi (지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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