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우르르쾅쾅 천둥번개와 함께 쏟아붓던 엄청난 비가 아침이 되니 많이 잦아 들었다. 다행이다...하고 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아직 좀 기다려야하는 시간.
여전히 조금씩 내리는 비에 두리번거리니 코로나전 몇년을 잘 애용했던 목욕탕이 보인다. 보통 새벽부터 문을 여는지라 앞에 서있으면 방해되려나 하고 다가가보니,
왠걸... 분위기가 수상하다. 7시가 되었는데 아직 열지 않았을리 없고, 의자로 가려진 뒷편에 왠 자물쇠가 채워져있었다. 유리문이라 보이는 안의 모습은 이미 오래전에 문을 닫은 듯한 풍경. 아... 매일 이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몰랐다니...
높은 지대에 있는 우리동네라 운영하는 상점이 많지 않다. 그렇기에 운영되는 상점들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 목욕탕 역시 걸어서 2분거리라 부스스한 몰골로 가볍게 들릴 수 있는 감사한 곳이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로 문을 닫은 것 같다. 그런 감사한 곳의 안부를 이리도 오래 궁금해 하지 않았다니... 미안한 마음과 서운한 마음이 훅 하고 밀려들었다.
이 와중에도 나는 이 곳의 처마를 빌려 비를 피하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감사하다. 문근처에서 우렁찬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도움 받는 것이 나 하나는 아닌 듯 하다. 폐업을 한 뒤에도 귀한 은신처를 마을 사람들과 각종 생명체들에게 내어 주니 어찌 고맙지 않을까. 그래서 더 그립다. 목욕탕은 바나나 우유 라며 아이들과 개운해진 모습으로 노란 단지 하나씩 들고 나오곤 했는데... 이젠 그 또한 추억이 되었다.
해가가고 나이가 들 수록 새겨지는 추억은 많은데, 비가 와서 그런지 어찌 가슴 한 켠의 공백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세월의 노련함으로 채워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