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남겨 주신 또하나의 선물
엄마가 세상을 떠나신지 두 달이 지나고 이제는 슬슬 아버지 케어에 돌입할 시간이 되었다.
그 동안 종합병원이던 엄마를 여기 저기 모시고 다니느라 아버지를 전혀 케어할 여력이 되지 않아 미루어 두었던 병원행진을 시작해야 했다.
안과, 치과, 정형외과... 급한 건 이 세 군데 인데,
그중 치과가 제 1순위로 당첨!
아버지께서는 본인의 틀니에 대해 정말로 할 말씀이 많으신 분이다.
아니, 원망이 가득하신 분이다. 그것도 어머니께 말이다.
수십 번, 수백 번을 들어 귀에 못이 받힌 이야기를 해 보겠다.
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 부터 25년전,
내가 대학생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 갔다 집에 돌아오니 뭔가 쌔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금껏 보아온 냉랭한 기운중 최고봉을 찍을 듯한 한겨울 서리낀 듯한 그 차가운 기운은 아직도 생생하다.
주눅이 든 엄마의 표정을 보아하니 이번에는 주도권이 아버지께 있는 듯 했다.
눈치껏 인사를 하고 내 방에 들어가려는데,
"니 내일 치과라는 치과는 다 전화해서 이거 좀 알아봐라, 어느 세상에 누가 틀니맞춘다고 생니를 모조리 다 뽑는지!"
오잉?
무슨 말씀이신지 번뜩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결코 되물을 수 없었다.
"마, 고마 하소. 내가 미안하다 안 하요."
"미안? 내 이제 평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할 건데 미안하다 해가꼬 되나?!"
"드가자 드가자."
멀뚱 멀뚱하지만 공포감이 서려 있는 내 얼굴을 쳐다 본 엄마는 나를 내 방으로 밀어 넣으며 따라 들어 오셨다.
내용인 즉슨,
엄마가 어느 지인으로 부터 들은 바로는, (이건 순전히 엄마의 말씀)
"틀니를 맞추려면 본 치아를 싹 다 뽑아 버리고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 말을 그대로 아버지께 전했고, 아버지는 엄마를 따라 치과에 가셔서 잔류하고 있던 생니를 3개나... 모조리 뽑아 버렸다.
당시 치과 의사가 만류했음에도 침대에 누워 계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께서
"아무 소리 말고 다 뽑아 주이소!"
하셨다는 거다...
그리고 나서 틀니를 맞추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뼈대가 전혀 없는 아버지의 잇몸에 틀니가 놓이니 고정력도 상당히 부족하고 씹을 때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며 잇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였다.
몇 회를 거듭 치과를 들락거리시다가 어느 날 내뱉으신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오늘 이 사단이 난 것이다.
"그러길래, 생니를 왜 다 뽑아달라 하신겁니까?"
그 사단 이후,
지난 수십 년간, 어머니는 한이 서린 아버지의 원망을 끊임없이 들어오셨고, 유구무언이 되실 수 밖에 없었다.
지금으로 부터 딱 8년전, 아버지는 국가 보조금 지원을 받아 틀니를 새로 하셨고 잘 사용해 오시다가 7년이 되는 작년, 다시 보조금지원 시기가 다가와 오래되어 맞지 않는 틀니대신 새로 또 틀니를 맞추셨다. 그 전에 갔던 치과가 마음에 들긴 했지만 한참 엄마를 케어 하시던 중에 엄마가 다니시던 치과에 따라 가셨다가 그냥 거기서 같이 했는데, 그게 또 탈이 났다.
아무래도 이 치과는 틀니가 전문이 아니신건지 몇 번을 맞추고 또 맞추어도 잇몸에 상처가 나고 힘이 들었다. 거듭되는 치과 방문에 지치신 아버지는 조금 아파도 그 전 틀니가 낫다시며 잇몸약을 드셔가며 그 전 틀니를 사용하셨고,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딱히 방도가 없었다.
새로 맞추려면 300가까운 돈이 필요했고 당장 엄마께서 여러가지 병들로 병원을 끊임없이 다니고 계신중이었기에 수중에 몫돈이 나가는 일을 최대한 미루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엄마는 결국 세상을 떠나셨고...
엄마의 장례식에 들어온 조의금을 정리하면서 나는 계속 마음에 걸렸던 "틀니" 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딱 300만원을 따로 빼냈다. 아버지께 드리며
"이거 틀니합시다!"
새로 하신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쌩돈으로 새로 맞추셔야 하는 상황이 너무 미안하셨던지 자꾸만 만류하셨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버지께서 표현하신 것보다 훨씬 불편하신 상황이라는 것을...
강하게 진행시켰다!
그랬더니 못 이기시는 척 마음에 들었던 그 전 치과가 어딘지를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다시 틀니를 맞추기 시작한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래되어 돌출된 뼈를 정리하고, 새로 본을 떠놓은 상태이다.
이제 다음 주가 되면 새로운 틀니가 아버지께로 온다.
제발 그 전처럼 잘 맞는 틀니가 아버지께 오길 바랄 뿐이다.
장례식에 들어온 조의금이 엄마가 주신 돈이라고 하기엔 좀 묘한 이상함이 있지만...
만약 그 곳에서 보고 계신다면 그래도 이 계기로 엄마의 미안함이 좀 많이 씻겨 내려 가시기를 바랄 뿐이다.
새로 온 틀니를 끼고 좋아하는 문어숙회를 잘 씹어 드시는 아버지를 뵈면 분명 함께 웃으실 것이기에...
"엄마, 아빠를 대신해 고마워요! 오늘도 언제나처럼 너무 사랑해요!"
Gina SJ Yi (지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