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제는 정말 필요한걸까...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험을 했다...

by 지나리





엄마가 돌아가신지 오늘로 닥 두 달이 지났다.

느낌상으로는 2년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시간 참 빨리 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왜 그 날의 기억은 실제보다 더 멀리 놓여 있는 것일까...


시댁에도 친정에도 제사를 지내지 않아, 관례대로 엄마의 제사도 지내지 않는 것으로 했다. 그런 가족들의 뜻에 의해 납골당에 모신 그날, 탈상제를 지내드리고 마무리가 되었다. 우리의 격식은 그것으로 끝이 났지만 영혼은 49일을 이승에 머물면서 영화 신과 함께에서와 같은 절차를 밟게 된다고 장례사님께서 말씀 하셨었다.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그 뒤로 엄마는 가족들의 꿈에 돌아가면서 찾아 오셨다.

제일 먼저 찾아오신건 의아하게도 사위, 우리 신랑의 꿈에 제일 먼저 들르셨다.

신랑이 꿈에 찾아오신 엄마께 밥을 떠 먹여 드렸단다. 약도 드리니 쓰다고 뱉으셔서 달래며 다시 드리니 꿀꺽 드셨다 했다. 밥도 먹고 약도 먹었으니 우리 엄마 이제 싹 나으셨겠네... 했다.


정말로 병이 싹 나으신 건지,

그 다음 나에게 오셨다.

엄마의 어깨를 안고 부축하여 시장엘 갔다.

"내가 만 얼마 주고 사과를 한 박스 주문했는데... 어느 가게인지를 못 찾겠다."

그렇게 조금 걷다가

"그냥 놔둬버려라."

그러고는 살아생전 여기저기 두셨던 돈봉투 이야기를 꺼내셨다.

"내가 우리 손녀 결혼식에 입을 옷 한 벌 사려고 돈을 몇 십만원 모아 놨는데..."

순간 내 머릿속에서

'아, 그 돈! 어쩐다.'

그 생각에 대꾸를 하지 못하고 있자 장면이 바뀌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엄마가 핸드폰을 내미시면서

"너거 아빠한테 전화 좀 걸어도."

나는 번호를 꾹꾹 눌렀다.

하지만 울리는 건 내 핸드폰.

"엄마, 내가 잘 못 걸었네, 다시 걸어 줄께."

그렇게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엄마에게 건네면서 잠이 깼다...

일어 나서 생각했다.

'다음은 아버지께 가시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의 꿈에 찾아가신 엄마는 새까맣지만 화려한 한복을 차려 입으시고 안방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향해 거실에서 걸어오셨단다. 얼굴에 검은 천을 내리고 계셔서 엄마라 생각을 못하셨기에 순간 두려움에 허공으로 팔을 휘저으셔서 잠이 깨셨단다.

"너네 엄마 였던것 같네..."

정확하게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시지 않으셨고, 공포감만 주고 가신것에 조금 서운해 하시는 것 같았다.

"내가 가기 전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고마운 것도 모르고.. 쯧..."

서운하신게 분명했다...


그 다음 순번은 우리 아들.

장례식장에서도 제일 많이 울고, 그 뒤로도 가끔씩 할머니 생각에 눈물을 훔치며 할아버지 혼자 계시는 것이 마음에 쓰여 늘 전화드리고 가서 자고 오는 손주가 고마웠던 것인지 엄마는 손주꿈에 찾아 오셔서 한 상 거하게 차려 드시고 가셨다고 한다. 1년 앞서 하늘 나라 가신 외삼촌과 함께 오셔서 맛나게 드시고 가셨다는 말에 한편으로 마음도 놓였다.


그렇게 온 가족 꿈에 순례를 하시더니,

어느 날 밤 내 꿈에 나타난 엄마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이모를 비롯한 외가 식구들이 집에 오셨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아 찾았더니 판대기같은 것에 깔려 누워 팔만 보이고 계신 것이 아닌가. 내가 얼른 판대기를 들어 올리니 엄마의 얼굴이 보이고 두 눈이 시커멓게 된 상태였다.

"놀이터 간다더니 안갔나?"

순간, 아 엄마 치매셨지...

"어, 갔다왔다."

그렇게 대답해 드리고는 머리가 불편해 보여 들어올린 판대기를 베개처럼 베워드렸다.

그랬더니 한결 편안한 얼굴로 뭐라 하셨는데 뒷 말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꿈에서 깬 나는 뭔가 찝찝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나 하여 날짜를 계산해 보니,

'아! 오늘이 49제날이구나!'

돌아가신지 딱 49일째 되는 날이어서 49제를 지내는 날이었던 것이다...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하고 탈상제까지 지냈는데 제사를 모셔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지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아 지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제사가 다른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영혼을 기리는 거니까 깨끗한 물이라도 떠서 절만 한번 해도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그래볼까 했지만 뭐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으로 저녁이 되었다.

잠자리게 들기전,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이쁜 그릇에 정수기 물을 받아 머리맡에 놓고 절을 올렸다.

그러면서 읊조렸다.

"엄마, 정말로 오늘이 이승에서의 마지막인 거야? 만약 그렇다면 조심히 잘가고... (이하 생략)..."

그렇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전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나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꿈을 꾸게 되었다.


나는 분명 어떤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꿈과는 상관없이 엄마가 떠올랐다.

꿈에서도 내가

'갑자기 왜 엄마가 생각이 나지?'

그 순간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신 밝은 빛이 눈 앞에 가득해지면서 내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어어어 내가 왜이러지? 어어어어 혹시 엄마가 나를 데려 가려 하시나?'

처음에는 가지 않으려 몸에 힘을 꽉 주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이 내 몸은 계속 떠올랐다.

그러다가,

'그래, 엄마가 가자면 가지 뭐. 엄마 같이가.'

그러면서 몸에 힘을 뺐다. 그 순간!

엄마의 손이 쑥 들어오며 내 손을 잡아 끌어 당기셨다.

그랬더니 그 빛이 사라져 버리며 더 이상 내 몸은 떠오르지 않았다.

"엄마! 엄마!"

나는 엄마 얼굴을 보려 계속 엄마를 불렀지만 내 눈앞에 엄마는 보였다 말았다를 반복했다. 보이는 순간에는 너무나도 생경하게 살아생전 그 모습이 꿈이 아닌 직접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순간은 아주 짤막짤막했다. 그렇게 엄마를 불러 대는 나에게 엄마는,

"뭐 좋다고 그러노?"

웃으시며 말씀 하시는데... 그 목소리가 내 귓속? 아니 머리안에서 울리듯 너무 생생하게 들렸다.

마치 귀에 바짝 입을 가져다 대고 말씀하시는 느낌이랄까?

엄마는 나를 안아주시며 다시 한번 너무나도 선명하고 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우리 딸 엄마가 많이 사랑해."

나는 나도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끝까지 울부짖으며 힘을 주었지만 결국 잠이 깨 버렸다...


이 경험은 지금까지 꾼 꿈들과는 정말 확실히 완전히 달랐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생과 사의 경계지점에서 엄마를 만난 기분이었다. 물론 나의 잠재의식이 만들어 낸 결과물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분명 그 날 엄마를 만났고, 다행히도 엄마의 편안한 얼굴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자다 일어나서 펑펑 울었다.

그렇게 우는 나를 옆에서 자던 아들이 놀라 일어나 안아 주었다.

꺽꺽 대면서 꿈 이야기를 했더니 아들이,

"엄마, 영혼이 하는 말소리를 머릿속에서 들린대..."

평소 다방면으로 잡지식이 많은 아들이 또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이야기에 더 큰소리를 울 수 밖에 없었다.


49제, 제사, 영혼, 등등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정말로 영혼이 있어서 49일동안 그간의 삶에 대해 심판을 받으셨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승을 떠돌며 가족들 꿈에 나오신 건지도 잘 모르겠다.

또한, 남은 가족들의 후회, 바램, 그리고 걱정, 그리움 등의 감정들이 만들어 낸 그저 그냥 꿈인 건지도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가족들과 나는 엄마를 다시 만났고 각자 나름의 정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은 가족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담겨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비하고도 고귀한 이 순간들을 그저 기록하고 되새기고 간직할 뿐이다. 그게 돌아가신 엄마를 위한 일인지에는 자신이 없지만 적어도 남은 우리에게는 큰 힘이 되어 주고 있으니까.


"엄마! 나도 정말 많이 사랑해요!"

이 말을 지금도 어딘가에서 엄마가 듣고 계실거라는 믿음이, 지금도 앞으로도 늘 힘이 되어 줄거니까!




Gina SJ Yi (지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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