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종이 : 경로이탈 03

다시 얼레벌레 살아가는 삶으로

by Ondol


그러니까 사실은 얼레벌레 산다고 표현하는 사람치고 열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잠깐 쉬어보겠다는 말로 삶을 멈추기보다, 얼레벌레라도 삶을 굴리려는 태도가 천만 배는 더 힘든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뭐라도 해보자 하는 마음가짐이 쉽게 나온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무료한 요즘이다.


다른 이가 보면 본다고 못하고 안 보면 보는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 비겁하기 짝이 없는 나는 뭘 시작해도 매듭을 못 짓고, 시작도 못해보고 접는 일들이 한 트럭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페달을 멈췄다.


그리고 시작된 수많은 합리화 속에 묻혔더니, 얼레벌레라도 살아가자던 마음가짐까지 땅속으로 꺼져버렸다.


그러니까 그렇게라도 살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뭐였더라?

질문 속에 무거운 의문이 있다기보단 순수한 궁금증. 그러니까 나는 뭘 위해 살고 싶은 걸까

내가 타인보다 쉽게 흥미를 잃고, 뭐 하나에 흠뻑 빠질 수 없는 이유는 의지보단 목표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삶이 너무 버겁다. 참, 너무하다. 게으른데 완벽하고 싶다니.


'다시'라는 단어에 설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매번 두려움이 더 앞서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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