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콩세알 이야기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

고백컨대 글쓰는 일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외우는 시는 거의 없다. 앞의 시는 중학교 교사이자 시인인 안도현이 쓴 글이다. 그나마 내가 겨우 외우는 몇 편의 시 중에 하나이다.


물론 이 시는 의도적으로 외운 것이 아니라 짧아서 저절로 입에 뱄다. 또한 이 시는 짧은 것뿐만 아니라 쉬운 말로 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굳이 설명을 해주지 않아도 서로 공감을 할 수 있어 좋다. 나는 이런 시가 좋다. 그리고 시는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6학년 4반 이소진/ 이수정과 나는/ 닮았다고 하루에/ 한번씩 정도 듣는다고 할까? (중략) 내 생각으로도/ 수정이가 더 이쁘다고 생각한다/ 수정아 그런 말 들어서 나뻐?/ 미안해 내가 그때는 니 귀를 막아주마/ 그래도 내가 생각하기에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닮은꼴)’


문예부 시간에 아이들과 이 시를 읽었다. 처음에 아이들이 이 시를 읽고 나더니 막 웃는다. 아마 시 속에 나오는 친구의 이미지가 떠올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를 보면 닮은 친구와의 오묘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쉽게 그림이 떠올려진다는 말이다.


‘집에 들어오며/ 문득, 보게 된 엄마신발// 밑창이 다 떨어질 만큼/ 이곳저곳 헐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다 떨어져버린 엄마신발/ 하지만,/ 그 신발을 신고/ 거니는 엄마의 모습엔/ 알뜰함과 사랑이 묻어난다./ 그래서 난 오늘도 엄마를 보며/ 웃을 수밖에(엄마 신발)’


혜원이는 이리 저리 소문난 애다. 이를테면 밥 잘 먹는 애, 아무하고도 스스럼없이 대하는 애, 톡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애 등등. 어쨌든 이 시를 같이 읽었더니 아이들이 다들 잘 썼다고 한다.


앞의 시들은 모두 누구라도 쉽게 공감이 간다. 그래서 아이들도 즐겁게 시를 읽는다. 시는 그래야 한다. 흔히 시는 가장 어려운 분야라며 꺼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시가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만으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 아닐까?



유우석<태안 파도초 교사>



출처 : 닮은 꼴 < 교단일기 < 사외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대전일보

200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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