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교육 현장에서] 그 해 여름, 진짜 사나이의 약

“그 때 기억하니?”


그가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여름방학 때 그가 다녀갔다. 아무 말쑥한 모습으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는 항상 꼬질꼬질했다. 말끝이 부드럽지 못해 다른 아이들과 날을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혼자 주변을 빙빙 도는 경우가 많았다. 햇병아리 선생님인 나는 마음을 열지 않는 제자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 당시 우리 반은 3층이었고 그 날은 비가 온 다음날이었다. 대부분의 땅바닥이 마르기는 했지만 군데군데 빗물이 고여 있었다.



“야! 빨리 숨어!”




갑자기 아이들이 얼굴을 교실바닥에 바짝 붙였다. 낮게 엎드린 채 계속 키득키득 거리며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알고 보니 그가 먹다 남은 우유를 일부러 창문 밖으로 던져진 것이다. 그 우유 곽은 물이 고여 있던 그 곳에 정확히 떨어졌고, 지나가던 저학년 아이들에게 그 우유 반 흙탕물 반의 물세례를 준 것이다.



이 모습을 본 저학년 선생님은 우유 곽을 던진 아이를 찾았고, 수업이 끝난 후 교실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를 불러 잘못한 점을 이야기했다. 그 선생님에게 벌을 받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이마에 땀을 송골송골 맺힐 만큼 벌을 주었다.



“네가 잘못했으니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해. 들어가서 선생님께 잘못했다고 말씀드려”


그는 우물쭈물 하며 들어가지 못했다. 나는 그를 억지로 들여보냈다. 들여보내고 나서도 나는 마음이 불안해서 내 교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복도에서 서성거렸다. 들어가지 얼마 되지 않아 ‘착! 착 !착!’ 플라스틱 자로 손바닥 맞는 소리가 들었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나왔다. 나를 발견하고는 그만 소리를 내며 훌쩍거리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 아이를 껴안았다. 마음이 찡했다. 하마터면 나도 같이 울 뻔했다.



그 후 그는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말에 아이들과 등산을 하거나 낚시를 갔는데 그때마다 빠짐없이 따라오는 것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등산을 하면서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 장난은 여전했지만 같이 갔던 다른 아이들이 너구리의(그 아이의 별명) 그런 모습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축구라도 하는 날에는 누구보다도 먼저 운동장에서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에서 빙빙 도는 날이 줄어들었다.



같이 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대화의 시간이 많아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쑥스러운 듯 대답을 했고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진짜 사나이의 우정은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선생님, 나중에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저에게 언제나 친절하셨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나중에 커서 선생님처럼 될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그 해가 끝나는 날, 그는 나에게 짧은 편지 한 장을 두고 갔다. 그리고 십 년이 지난 여름날 그 약속의 지키러 온 곳이다.



출처 : [세종 교육 현장에서] 그 해 여름, 진짜 사나이의 약속 < 세종 < 클릭충청 < 기사본문 - 굿모닝충청

20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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