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교육 현장에서] 당신 잘못이 아니야

초등학교를 졸업한 제자들과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중에서 졸업한 제자들이 단체로 연락 오는 시기에는 일정한 패턴들이 있다.


그 첫 번째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올라가는 그 시기이다. 그 연락의 내용은 보통 ‘6학년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다시 뜸하다가 대학시험이 다가오면 다시 연락이 온다. ‘선생님, 보고 싶어요. 대학 시험이 끝나고 선생님 찾아갈게요.’라는 식이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들은 당연할 것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중학교 때 받는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그럴 때 상대적으로 그런 스트레스가 적었던 가장 최근의 시절,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다.



또 대학 입시가 가까워지면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그래서 대학 입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스스로 위안을 얻고자 연락을 주는 것이리라. 그리고 끝나면 해방감에 친구들과 같이 나를 찾아오고.



대학생이 되면 굳이 초등학교 학창 시절을 떠오르지 않은 만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면 인생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또 어떤 모습들이 나타날까 궁금하기도 한다.


지난 여름방학이 끝날 때쯤 작년에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졸업생과 만남의 패턴’을 조금 벗어난 만남이었다. 졸업 후에 뿔뿔이 흩어졌지만 SNS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조금씩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보는 것은 몇 년 만에 처음이라 서먹서먹한 표정들이다. 그러나 처음의 서먹함도 잠시 6학년 때의 생활을 끄집어내자 금방 활기가 넘친다.



그렇게 즐거운 이야기가 오가다가 모임이 끝날 때쯤이었다.


“선생님, 저 나중에 OO가 될 거예요.”


그때 여드름 가득한 남자 아이가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면 한마디 했다.


“어? 그래. 너는 할 수 있을 거야. 그래 지금 학교가 어디라고?”


“네, OO고등학교요.”


소위 최상의 성적을 갖추어야만 다닐 수 있는 학교였다. 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이들의 표정도 가지각색, 더러는 다른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아이들도 있었다.


다른 질문도 많았는데 기껏 물어보다는 것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물어보다니. 그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해 있는 주변을 본 것아 후회했다.




우리는 다양한 사회에서 소중한 개인으로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보다는 끝없는 경쟁과 그에 따른 줄서기에 매몰되어 있다. 이런 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며 탓하며 살아간다.



당신 잘못이라고 탓하지 않고 온전히 그 사람의 삶을 보려는 것, 그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 옆에 소중한 사람이 있고, 그 소중한 사람들과 만드는 다양한 사회는 훨씬 더 따뜻할 것이다.



출처 : [세종 교육 현장에서] 당신 잘못이 아니야 < 세종 < 클릭충청 < 기사본문 - 굿모닝충청

201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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