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교육 현장에서] 길 떠나는 아이들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했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지리산 둘레길을 찾았다. 새벽에 버스로 이동하여 저녁 늦게 돌아오는, 그래서 하루 동안 8km를 걷는 강행군이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냈다.



둘레길을 떠나기 전 아이들에게 지리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걸쳐 있는 산, 넓이는 제주도만하며, 높이는 남한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가장 높은 산이라고 알려주었다. 이런 대단한 산을 다녀온 아이들은 별로 없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대단한 아이들이라고.



도우미로 학부모 몇 분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고학년 아이들과는 몇 차례 1박2일로 간 적이 있지만 초등학교 2학년을 데리고 떠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도 살짝 들었다. 그러나 모험은 그렇게 시작하는 법



의외로 아이들은 잘 걸었다. 특히 둘레길 중간 중간에 있는 주막집 같은 음식점이 나타나면 아이들은 파전이나 음료수를 사 먹으며 새로운 기운을 받았다.



“선생님, 이런 곳에 오면 막걸리도 먹는 거예요.”


땀으로 흠뻑 젖은 아이가 자기가 막걸리를 사주겠단다.




무엇보다 더 기운을 얻게 되는 것은 간간이 만나는 어른들이 건네는 말이었다.


“아이구. 너희들은 몇 살인데 여기까지 왔니?”


“참, 대단한 녀석들이구나.”



점점 지쳐가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도우미로 간 학부모였다.


그렇게 계획했던 8Km를 걸었다. 저녁때 종점에 다다르자 멀리 버스가 보였다. 그러자 아이들은 전화기를 하나 둘 꺼내기 시작했다.



“엄마, 나 지리산 갔다 왔어. 이제 집에 갈 거야.”


아이들은 끝까지 살아있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훌쩍 지난후에야 도착했다.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엄마, 나 지리산 갔다 왔어.”


“지리산이 어떤 산이냐 하면 가는 길에 …”


마중 나온 엄마들과 손을 잡고 가는 아이들은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아이들은 높이 1915M, 남한에서 두 번째 높은 산으로서 지리산을 다녀온 것이 아니다. 같이 갔던 친구들, 만났던 사람들, 먹었던 파전, 그리고 땀으로 흠뻑 젖은 옷, 모두가 지리산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별을 봤다는 것은 단순히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봤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별을 보기 위해 누군가와 같이 걸었던 그 길, 그때 얼굴을 스치던 바람, 주변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개똥벌레가 모두 별인 셈이다.



여정이 함께하는 그것이 바로 나의 지리산이고, 우리들의 지리산인 것이다.


다음날 우리 반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쌩쌩하게 나왔다. 그리고 그 중에 한 아이가 한 마디 던지며 지나갔다.


“우리 엄마 어제 지리산 갔다가 아침에 힘들어서 못 일어났어요.”



출처 : [세종 교육 현장에서] 길 떠나는 아이들 < 세종 < 클릭충청 < 기사본문 - 굿모닝충청

201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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