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야 할 '우리의 제자리'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국회에 헬기가 내려앉고 무장한 군인이 국회에 들이닥쳤습니다. 무시무시한 포고령이 나돌았습니다.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으면 실제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기상천외한 계획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런 진공 같은 시간이 흐르고 4월 4일 11시 22분 드디어 내란 우두머리가 탄핵되었습니다. 많은 사람과 같이 생중계를 지켜보며 숨죽이고 지켜보았습니다.

‘주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벌떡 일어서 환호하고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제 꽃이 보이네요. 어머, 봄이 왔었나 봐요.”

격정적인 환호가 끝날 무렵 어디선가 들려오는 말이었습니다. 봄은 이미 와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 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국회 측 대리인 장순욱 변호사가 인용했던 노랫말이 있었습니다. 세상 풍경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임을요. 익히 알려진 헌법 1조 2항 조문은 다음과 같지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명백한 우리의 제자리입니다.

23년 겨울과 24년 봄을 지나며 주권자 시민들이 보여준 자랑스러운 모습은 우리 스스로를 전율케 했습니다. 그러나 내란 수괴를 끌어내림이 곧 제자리가 아닙니다.

이제 남겨진 과제는 우리의 제자리를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입니다. ‘민주주의는 무조건 다수결’이라는 수준은 넘은 듯 하지만 여전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길은 남아 있습니다.

큰 대가를 치르며 대의 민주주의 한계를 경험했고, 엘리트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 지도 경험했습니다. 진정한 제자리,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려면 문화와 역사, 정치, 경제, 예술, 교육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더 많은 시민의 참여, 더 많은 숙고와 논의를 통해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는 관내 소담초 혁신학교 교사로, 해밀초 혁신학교 교장으로, 교직원의 학교인 교육원에서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해 왔습니다. 제가 딛고 있는 맥락에서 12.3 내란 사태를 보며 다시 민주주의, 다시 교육을 생각합니다.

학교와 마을은 시민이 탄생하고, 살아가는 곳인가? 학생은 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는 학생과 인격적으로 만나는가? 학부모는 학부모 시민으로서 참여하고 소통하는가? 교사는 교실과 단순한 지식을 넘어 아이들이 세상과 만나도록 안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학교와 마을은 담을 경계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 서로는 연결되어 있는가?

끊임없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민주주의가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 역시 더 많은 시민(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사회)이 참여하고, 더 많이 숙고하고, 더 많이 논의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육이, 학교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일 것입니다.

쉽지 않은 과정일 것입니다. 우리는 태어난 이후 수많은 넘어짐을 통하여 두 발을 단단하게 딛고 섭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우리 삶의 맥락을 배웁니다. 우리가 서로 연결되고 서로 협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넘어짐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그 넘어짐 없이 찾아간 자리는 ‘제자리’가 아닙니다.

이번 12.3 비상계엄이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우리를 살려낸 것은 ‘과거’의 넘어짐이었습니다. 물론 고통의 큰 대가를 치러야 했었지요. 그러나 우리가 그나마 작은 넘어짐, 견딜 수 있는 넘어짐을 배울 수 있는 곳이 학교입니다. 그리고 마을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가장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곳이 학교이고, 마을인 셈입니다.

그러므로 학교와 마을을 작은 넘어짐을 배우는 곳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제자리를 찾는 방법입니다. 절정의 바둑 고수가 바둑알을 제자리에 놓듯, ‘어떤 엘리트’가 우리의 제자리를 찾아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뽑은 ‘대의’하는 자에게 요구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제자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4월 4일, 11시 22분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며, 우리 모두가 삶의 주인으로 제자리를 찾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한시름 놓은 주변으로 꽃축제 소식들이 속속 들리고 보입니다. 봄은, 이미 와 있었습니다. 마음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봄이 아니었을 뿐.

주말 축제를 즐기며 지친 마음,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고 세상의 봄을 느끼는 날이 되기를, 우리는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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