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교육혁명1

마을이 책임지는 오후 학교를 열자

마을이 책임지는 오후 학교를 열자

각자가 낼 수 있는 형형색색 불빛으로 짙은 어둠을 밝히며 견딘 시간을 넘어, 이제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입니다. 어둠을 밝혔던 한 명 한 명의 불빛이 얼마나 위대한지 경험한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 사회를 지탱한다'는 김장하 선생의 말이 현실에서 얼마나 참된지 목격했습니다.

6월 3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는 수많은 빛의 소실점이 될 것입니다. 표현상 하나의 점으로 보이지만, 실제 현실은 무한히 연속되는 평행선입니다. 선거를 통해 수많은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고, 일부는 '대의'를 위해 묻힐 수밖에 없으며, 살아남은 목소리도 선거 이후 모두 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삶을 찾아가는 역사적 발걸음은 계속 전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사의 중심에는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교육

교육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길이 필요합니다. 이들이 지역에 의미를 두고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가지며, 함께 참여하고 논의하고 결정하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그 책임도 함께 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과거 공약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요일' 운영입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을 의미하는 '지요일'은 아쉽게도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교자율시간'이라는 이름으로 학교가 연간 50~60차시의 시간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마저도 애초 안보다 물러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현장에서 찾은 해답: 오전학교와 오후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저는 이 물음에 답을 현장에서 구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오전학교와 오후학교,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팀 프로젝트'를 운영했습니다. 우리는 이를 '햇살교육과정'이라 불렀습니다.

오전학교는 기초·기본학습을 포함한 정규 교육과정이었고, 오후학교는 정규 수업 이후 시간과 방학을 포함한 마을교육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집중한 부분은 오후학교였습니다. 아이들의 흥미와 적성을 반영하여 돌봄, 방과후학교, 동아리 활동을 주민자치프로그램과 연계했습니다. 초기 구상부터 실행까지 4년을 함께 했고, 성과와 한계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의 가능성

가장 큰 성과는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의 가능성, 배움터의 확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교육 정책은 대부분 학교로 '밀어 넣는' 방식이었습니다. 연구학교 지정이나 인사상 인센티브를 통해 정책을 학교에 안착시키려 했지만, 이런 촌스럽고 뻔한 방식은 학교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흔들었습니다. 이 방식은 학교를 '공급자'로, 아이들과 학부모를 '수요자'로 고착시켰습니다.

우리가 시도한 오후학교의 핵심은 교육의 주체가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주민총회에 참여하여 제안을 하고, 어른들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부모님들이 돌아가며 공동 돌봄을 하며 '내 아이'에서 '우리 아이'로 가는 과정을 경험했고, 학교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와 학교가 어떻게 연계될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신입생의 급식을 챙겼습니다. 마을 가게는 아이들에게 진로인턴십 기회를 제공했고,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청소년에게 공간을 내주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우리 모두의 학교'라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오후 학교

마을과 함께하는 학교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오후 학교의 운영 주체가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후 학교 교장은 주민이 선택한 대표가 되고, 운영 주체도 주민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청과 시청은 행재정 지원을 담당하는 방식입니다.

학교 공간뿐 아니라 주민센터, 유관기관, 아파트 공간 등의 책임 주체를 주민이 운영하고,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의 평생학습을 함께 참여하고, 운영하고, 책임지는 형태로 학교교육과 연계할 수 있습니다.

마을 주민의 참여는 교육이 내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우리 마을의 진로를 마을이 결정할 수 있게 합니다. 국가나 광역자치단체 중심의 정책은 일반적 기준을 세우다 보면 경계를 짓게 되고, 그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촘촘히 챙기지 못합니다. 우리는 기초자치단체를 넘어 생활권 단위 자치 방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꿈이 현실이 된 순간

"선생님 발표는 이상적인 학교를 꿈꾸고 있어요."

약 4년 전, 세종시 최초 내부형 공모 교장 응모 당시 학교경영계획서를 발표하고 나온 후 들었던 말입니다. 그리고 교장으로 재직할 때 마지막 졸업식에서 들은 학부모님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약속했던 부분을 했네요."

"우리 학교는 우리나라 교육에서 혁명이라고 생각해요."

이상적인 그림처럼 보일 수 있고, 너무 낭만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세종시 해밀동에 있습니다.


교육 수도로서의 세종, 새로운 시작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마을이 책임지는 오후학교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국가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동시에 진행하되, 우선 모델링이 필요합니다. 자치와 분권의 도시 세종을 주목하고, 그 가능성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해밀동을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세종은 시민들의 열망이 담긴 행정수도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교육 또한 교육 수도로서의 열망을 담아내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오래된 말을 단순한 선언으로 끝내지 않고, 실제 그 경로를 만들어 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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