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cm

by 신재현

살면서 분명히 놓친 것이 있었다.

손에서 놓쳤다는 감각만이 남고

끝내 무엇이었는지는 특정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내게서 빠져나갔다는 확신은 있었다.


시간은 흘렀고

나이는 만으로도 완전한 서른이 되었다.


치열하게 살아오며

필요하다고 믿었던 것들

좋아했던 것들

사랑했던 것들이

차례를 이루어

내 주변을 가득히 메운다.


열일곱 해가 넘는 시간을 공부에 써왔고,

인생의 절반 이상이 책상과 책 사이에서 지났다.

늘 그래왔듯 좋은 수의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책을 한 권 뽑아 든다.


그런데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먼저 도착한다.


상실이라 부르기엔 잃은 것이 없고

허무라 부르기엔 너무 과한.


빈 책꽂이의 넓이와 깊이,

정확히는 책과 책 사이의 거리.

딱 그만큼의 빈자리.

상실도 허무도 아닌 감정이

그 빈자리를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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