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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아 Jan 18. 2023

마침표의 세대적 의미 차이

- 마침표에 눈 웃음 이모티콘, ㅎㅎ의 줌마체를 쓰는 분들과 함께

  주말 농장을 운영하는 친오빠는 가끔 내게 스벅 쿠폰을 준다. 영농후계자라는 말을 쓰기엔 전원일기빨 쿰한 군내가 나긴 하지만, 흙먼지 털고 카페를 들락거릴 일이 없어서일까 카드사 이벤트에서 받는 쿠폰을, 커피 좋아하는 여동생에게 기꺼이 주기 시작했다. 오빠가 가정을 꾸렸다면 내 차례가 올 턱이 없지만, 오빠는 남들 황혼 이혼할 시기까지(50대 중반이니 황혼 이혼 시기라기엔 좀 빠른 감이 있지만), 결혼이란 인생의 과업(?)을 실천하지 않았다.

일요일 오후, 중딩 딸아이와 스벅을 찾았다. 고마운 마음에 음료를 시켜놓고 인증샷을 보내려는데 사진 찍어 보내길 거부하는 딸아이 저항에 커피만 찍어 보내면서 고맙다는 톡을 보냈다.  오빠와의 톡 내용을 딸아이에게 보여주자 톡을 본 딸아이가 황당해하며 웃는다.

   "와~ 진짜 다르다. 마침표 찍는 거 봐. 우린 절대 마침표 안 찍어. "

무슨 말이냐는 듯한 내 표정에

  "우리가 마침표를 찍을 때는 나 진지함. 이럴 때 마침표 찍는 거야. 하하. 우린 절대로 마침표 안 찍어. 마침표 진짜 와~"

 순간 머쓱해졌다. 마치 오빠와 내 동시에 목욕물(모욕)이 끼얹져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말이 나온 김에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요즘 대학생 로맨스를 다룬 웹툰을 읽는데 못 알아듣는 말이 너무 많아."

딸이 킥킥대며 웃는다.

  "oㅅ 이거 무슨 뜻이야?"

무슨 약자인지 몰라서 궁금해하던 웹툰의 컷을 가리키며 물었다.

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이건 이모티콘이야"

 "응. 놀랐을 때 표정이구나."

 "이것도 몰랐어? "

 "알았어. 까먹었어. 이모티콘이 아니라 줄임말인 줄 알았지."

 "몰랐으면서"

 발끈해하며 대답했다. "아니거든"

 중딩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게,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소통을 가름하는 중요한 자격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때론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언어는 딸에게 내밀어 물어볼 때도 있다. 그리고 그 기발함과 색다름에 재밌어하며 너털 웃기도 한다. 사실 아이들의 언어라기보단, 신조어에 민감하지 못한 내 탓이긴 하다. 언어에 민감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쫓아가지 못하는.

 그래서 난 아이들의 코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내 코드나, 내 영역 안으로 초대하는 것을 선택했다. 아이들의 언어를 섣부르게 따라하기 보다 내가 구사하는 언어방식을 이용해 표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겼다. 내 언어의 결이 지닌 자산도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진지한 마침표와 재기발랄하고 위트있는 언어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잡으며 줄타기로 재주를 부리는 재인을 떠올린다. 가끔 딸아이의 뼈 때리는 농담에 균형을 잃고 줄에 떨어질지라도, 내 줄타기는 계속 될 것임을 내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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