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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봄 May 13. 2024

줄담배 피우는 시아버지가 안 보이는 남편

대략 14년 전 시댁과 합가하기 전 이야기. 신혼이지만  늙은 임산부가 되어 이런저런 일로 복잡할 때 일이다.



임신 7개월 차 되었을 때  갑자기 어디로 놀러 가는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아이를 낳으면 아기를 중심으로 온 가족의 스케줄이 변동될 수밖에 없다는 말을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들어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펜션에서 고기나 구워 먹으며 출산 전에 회포나 풀자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아이를 낳으면 어디를 못 놀러 간다고 하니... 시부모님도  좋아하실 것이고 나도  하루 정도는 그렇게 쉬고 싶었다. 


아기를 출산하고 나면 시댁과  합가를 할 계획이었기 문에  그전에 시부모님과 좋은 추억을 하나쯤 만들어두면 나중에 아기를 맡길 미안함덜할 것 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라도  ' 며느리이 척박한 상황에서 시부모님 잘 보이려고 이렇게 노력한단 말이에요!'라고 항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적당한 가에 괜찮은 펜션이 하나 나왔다. 마치 나의 여행을 환영하기라도 하듯 00 저수지 바로 앞에  근사한 목조 펜션이라고 하 리뷰도 좋아서 바로 예약을 했다.


00리까지 가서 00 저수지 앞 펜션에 도착했다. 홈페이지에서 봤던 대로  동화책에 나올 법한 그림같이 예쁜 펜션이었다.  게다가 펜션 바로 앞에  한적저수지가 있어서  운치가 더해져 정말 예약을 잘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졌다.


 챙겨 온 짐을  펜션 거실에 두고 정리를  니 온 가족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펜션을  예약한 가장 큰 이유는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같은 고기라도 야외에서 바로 구워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가.                              



잔디밭 위  테이블 위에 고기와 야채 등등 구울 수 있는 것들을 잔뜩 올려놓고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시원한 음료수를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부모님과 우리 부부의 모습을 상상하니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쭉쭉 올라갔다. 오후 6시쯤 되니 어둠이 어스름이 밀려와 주변이 더욱 고즈넉해졌다. 


" 자기야, 고기부터 굽자!."


"응.. 그래, 그래"


사가지고 온 고기를  펜션에서 마련해 준 숯불에 굽기 시작했다.  


편이 지글지글 타오르는 숯불 위에 고기를 올려놓았다.  내 맞은편에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음료수를 드시며 저수지쪽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어머, 얘들아. 너희 덕분에  이렇게 분위기 좋은 데서  고기도 먹는구나. 호호호..."


시어머니는 활짝 웃으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그런데 옆에 계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일어나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피우기 시작했다. 조금 멀리 가서 피우면 상관하지 않겠는데 임신한 며느리를 앞에 두고 갑자기 웬 담배를.. 그러나! 그때! 난 초보 며느리... 뭐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서 남편을 쳐다보고 눈짓을 하는데 남편은 고기 굽는데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이 숯불에 떨어진 건지 하얀 연기가 갑자기 확 일나 앞이 안 보이는 지경까지 르렀다. 나름 노산이라  여러모로 조심하고 있는데 시아버지 담배 연기에, 숯불 타는 연기에  이중고가 따로 없었다.



그 이후에도 시아버지는 계속 담배를 피웠다. 며느리가 임신 중인데  멀리 떨어져서 피우면 좋으련만, 난 짜증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노산에 초산이라 늘 조심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시부가 앞에서 줄담배를 펴대는데 남편이 거기서 "아버지, 이 사람 임산부인데 담배 다른 데 가서 태우시면 안 돼요?"라고 멋있게 한 마디 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음 날 시부모님과 헤어져 집에 돌아온 후 난  어제 일에 대해 항의해야겠다 싶어서  남편에게 밤 산책을  하자고 제안했다. 남편도 좋다며  따라나섰다. 신혼 초라 남편의 부모님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지 난감했으나 심 끝에 애매하게 돌리지 말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자기야. 어제 아버님이 우리랑 식사하시면서  계속 담배를 피우시는데 왜 한 마디도 안 했어?"


"아버지가? 언제?"


너무천진난만한 눈으로 놀란 듯이 나를 바라보며 되묻는 남편이 모습이 되려 낯설었다.


"어제 우리 고기 구워 먹을 때 내 앞에서 1시간도 넘게 담배를 피우셨잖아?"


"... 그랬어?"


" 아니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바로 맞은편에서 계속 줄담배를 피우셨잖아. 임산부 앞에서 말이야."


" 아니, 내가 봤으면 조심해 달라고 말했겠지? 난 전혀 몰랐는데?"


시아버지가 임산부 앞에서 줄담배를 피워대는데  보이지 않았다니...




그 일은 우리의  아다운 추억 여행이 아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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