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합지졸들의 새로운 구원방식

<썬더볼츠*(2025, 제이크 슈라이어)> 리뷰

by siyn


질문을 던지고 싶다. 완벽한 영웅이 아니어도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을까?



마블의 새로운 팀업 무비 <썬더볼츠*>는 지금까지 마블에서 볼 수 있었던 타 히어로 영화와 결을 달리한다. 이 영화에는 세계적인 재벌 아이언맨도, 신화 속의 천둥의 신 토르도, 완전히 도덕적인 영웅 캡틴 아메리카도 없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사람,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아버지, 세상 일이 흘러가는 방식에 답답함을 느끼는 누군가다. 영웅 서사의 주인공들 대신 현대인의 익숙한 자화상들이 얼굴을 비춘다.


그래서 <썬더볼츠*>의 주인공들이 만들어낸 팀은 어벤져스와 달리 결함 있는 인간들의 모임에 더 가깝다. 지구를 지키자는 대의를 위해 하나의 팀이 된다는 이상적인 서사는 적용되지 않는다. 잘난 어벤져스의 초대형 제트기와 미국식 유머 대신, 느려터진 자동차와 서로를 향해 비난으로 가득한 ‘썬더볼츠’의 모습은 흠결 투성이인 자들의 연대라는 마블이 말하는 새로운 ‘구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오합지졸들이 무찔러야 하는 상대는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나 다른 차원의 마법사 같은 픽션 속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집어삼키는 조울증과 자기혐오 같은 현대인의 현실적 괴물로부터 도시를 구해야 한다. 그러한 우울은 말 그대로 사람들을 어둠 속으로 흡수시킨다. 따라서 영화 속 최종 결전지도 높은 고층빌딩 숲이 아닌 각자의 트라우마를 현상화된 ‘셰임룸’이란 공간이다. 셰임룸에서의 싸움은 어벤져스의 마지막 결전처럼 웅장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썬더볼츠는 그곳에서 겁 먹어 숨어버린 ‘우리’에게 소리친다.



여기 갇혀 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야.

숨지 마, 외면하지 마.

넌 이 방에서 나가야 해.

방 밖의 현실을 바라봐.


2025년 오늘, 휘황찬란한 히어로들의 영웅담은 자기혐오와 불안으로 잠식된 우리를 구해주지 못한다. 남일에 가깝다. 내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부분은 우리의 바깥에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두려움은 우리의 '안'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그런 우리에게 손을 내미는 쪽은 결함 투성이인 자들이 보여주는 현실적인 팀워크로 변한다. 영화는 혼자서 그 어둠을 헤쳐 나가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아무리 미로 같은 셰임룸이더라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썬더볼츠*>는 단순한 액션 히어로물을 넘어, 무기력한 정서로 가득찬 이 세상을 이겨내며 살아갈 방법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결국 나라는 세상을 구하는 힘은 픽션 속 영웅이 아니라, ‘그래도 함께 해보자’라는 소박하지만 절실한 의지니까.


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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