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젊음을 택할 것인가

행복한 순간

by 정이

AI 그림 Gemini

준우 씨와의 결혼 이후, 채원이의 삶은 거침없이 뻗어 나갔다. 33살에 상무가 되었던 그녀는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하며 전무를 거쳐 마침내 그룹의 회장 자리에 올랐다. 파격적인 행보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그녀의 내면에는 지난 세월 다져진 깊은 통찰력과 연륜이 있었다.
​가정도 더욱 풍성해졌다. 결혼 후 두 아이를 더 얻으면서 채원이는 어느덧 네 남매의 어머니가 되었다. 마흔넷의 늦은 나이에 낳은 귀한 막내들까지, 집안은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10년, 20년... 강물 같은 시간이 흘러 채원이는 다시 60대가 되었다. 이제 회장직에서 물러나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채원이의 곁에는 여전히 든든한 동반자 준우 씨가 있었다.
​"여보, 애들 왔나 봐요."
​준우 씨의 말에 채원이가 대문 밖을 내다봤다. 어느덧 중년이 된 강수와 지윤이가 제 자식들의 손을 잡고 들어오고 있었다. 한때 물류 창고에서 고생하던 강수와 더 좋은 직장을 찾아 나섰던 지윤이는, 이제 어엿한 부모가 되어 채원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주들이 달려와 채원이와 준우 씨의 품에 안겼다. 아이들의 재롱을 보는 재미에 두 사람의 얼굴에는 인자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44살에 낳았던 막내들도 벌써 의젓한 대학생이 되어 제 길을 가고 있었다.
​채원이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눈가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주름은 더 이상 슬픔이나 고통의 흔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치열하게 사랑하고, 당당하게 일하며, 네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낸 훈장과도 같았다.
​오래전 그 선택을 다시 떠올려본다. 그때 내가 붙잡았던 기회는 단순히 젊어지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있는, 다시 주어진 축복 같은 시간이었다.
​"채원 씨, 무슨 생각해요?"
​준우 씨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채원이는 준우 씨의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그저...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요."
​석양 아래 모인 대가족의 웃음소리가 마당 가득 울려 퍼졌다. 뜨겁게 시작되었던 그녀의 두 번째 인생은, 이제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당신은 젊음을 택할 것인가』를 집필한 정이 작가입니다. 오늘 드디어 이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을 마무리하고 독자 여러분께 긴 인사를 전하려 합니다. 한 권의 이야기를 끝낸다는 것은 작가에게 시원섭섭한 일이지만, 특히나 첫 소설인 이 작품을 마치는 마음은 더욱 각별하고 뭉클합니다.
​처음 이 소설을 구상하며 펜을 들었을 때,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아주 구체적이고도 치열한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 리턴 캡슐이 놓여 있다면, 사람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호기심이 이 모든 여정의 시작이었습니다. 단순히 외모가 예전으로 돌아가는 판타지를 너머, 저는 그 기적 같은 기회 앞에 놓인 인간이 마주하게 될 갈림길들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걷고 싶었습니다.
​저는 집필 내내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지나온 삶의 모든 회한과 소중한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몸만 젊어지는 것이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차라리 고통스러웠던 과거와 상처조차 모두 지워버리고,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백지상태의 순수한 젊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시작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젊음이라는 화려한 이름보다 지금 당장 나를 갉아먹고 있는 암이나 희귀병 같은 육체의 고통을 씻어내는 '치유'의 기회로 그 통을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에 더 가까운 선택일까?
​이러한 선택지들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는 인물 채원을 보며,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선택은 누군가에게 구원이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또 다른 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모든 갈래는 결국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저에게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첫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과정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웠고, 때로는 벅차기도 했습니다. 머릿속에 가득한 이런 철학적인 질문들과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정교한 문장으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된 작업이더군요. 소설을 쓰는 것이 처음이라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곳도 많았고, 사건의 흐름이나 앞뒤 맥락이 완벽하게 맞물리지 않아 스스로도 아쉬움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작가로서 저의 부족함을 마주하는 시간은 때로 부끄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서툰 문장들 사이에 제가 던지고 싶었던 질문의 진심만큼은 꾹꾹 눌러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제 글이 다소 거칠고 투박하게 읽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투박함조차 이 거대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저만의 치열한 과정이었다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유려한 수식어나 완벽한 구조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법한 그 치명적인 선택의 순간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날것 그대로 공유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었습니다. 이 서툰 흔적들이야말로 제가 소설가로서 첫발을 내디디며 겪은 가장 정직하고 뜨거운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고쳐 쓰는 작업은 당분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가 제가 처음 소설에 도전하며 가졌던 열정과 고민의 한계치이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당시만의 감성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는 소설과도 같기에, 사람 일은 또 모르는 것이겠지요. 시간이 흐르고 제 시선이 더 깊어지며 문장이 더 단단해졌을 때, 이 인물들과 그들이 마주했던 ' 리턴 캡슐'의 유혹이 저를 다시 불러낸다면 그때는 더 세밀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이 질문을 다시 다듬어 돌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의 저는 또 어떤 선택을 응원하게 될까요.
​그동안 이 길고 서툰 여행에 기꺼이 동행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침표를 찍지만,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이 질문 하나가 오랫동안 남기를 바랍니다.
​"만약 당신 앞에 그 리턴 캡슐이 있다면, 당신은 기억을 택하겠습니까, 망각을 택하겠습니까? 아니면 고통 없는 삶을 택하겠습니까?"
​여러분이 내릴 그 결정이 무엇이든, 그것은 타인의 잣대가 아닌 오직 당신의 삶에서 가장 존엄하고 소중한 대답이 될 것입니다. 부족한 작가의 첫걸음을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이 마침표가 여러분과 저에게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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