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젊음을 택할 것인가

​제23화: 이름 뒤에 숨겨진 진심, 그리고...

by 정이


AI 이미지 Gemini

​오피스텔의 공기는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셋이 함께 울음을 터뜨린 뒤 찾아온 정적은 어색함이 아닌, 7년의 세월을 메우는 안도감이었다. 채원은 떨리는 손으로 강수의 젖은 볼을 닦아주었다. “강수야, 엄마는 괜찮아. 네가 나를 다시 ‘엄마’라고 불러준 것만으로도, 지난 세월의 보상 같은 건 다 받은 기분이야.” 지윤은 말없이 식탁 위에 물 잔을 채웠다. 그녀의 눈가도 이미 붉어져 있었다. 지윤은 채원이 준우를 통해 자신의 진심을 깨달아준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느꼈다. 1억이라는 돈은 채원에게 부담이 아닌, 새로운 삶을 향한 ‘입장권’이었음을 이제야 온 가족이 공유하게 된 것이다.
​강수는 채원이 대학 시절 필기했던 낡은 노트를 꺼내 보았다. 거기엔 ‘이말자’라는 투박한 이름이 정자로 적혀 있었다. 화려한 커리어우먼 ‘이채원’의 모습 뒤에 숨겨진, 노안과 싸우며 밤을 새우던 ‘이말자’의 고단함이 비로소 보였다. “엄마, 나 이제 엄마가 ‘이채원’으로 사는 거 적극 찬성해. 아니, 오히려 엄마가 그 이름으로 당당하게 성공하는 걸 꼭 보고 싶어. 그동안 내가 엄마를 내 울타리에만 가둬두려고 해서 정말 미안해.” 강수의 사과에 채원은 비로소 가슴속 응어리가 완전히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다음 날, 채원은 회사로 향했다. 어제 강수가 소란을 피웠던 탓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채원은 더 이상 위축되지 않았다. 그녀는 준우를 찾아가 고마움을 전한 뒤, 팀원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어제 제 개인적인 일로 놀라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을 되찾은 날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채원’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녀의 당당한 태도에 수군거림은 응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준우는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채원이 젊음이라는 껍데기가 아닌, 내면의 단단함을 선택했음을 알고 있었다.
​주말, 세 사람은 오랜만에 함께 외출했다. 지윤이 마련해 준 오피스텔 근처 공원을 걸으며, 그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강수는 엄마의 직장 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기로 했고, 지윤은 엄마가 준우와의 관계든 커리어든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정서적 지지자가 되어주기로 약속했다. 채원은 ‘이말자’의 성실함과 ‘이채원’의 열정을 합쳐, 진정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벤치에 앉아 두 아이를 바라보던 채원은 일기장에 짧은 문장을 남겼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아이들과 진정한 행복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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