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열다섯에 곰이라니⟫

by 우물 안 개구리

새삼스레 돌이켜보니 성인이 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어른이라는 위치가 주는 무게감에 걸맞게 노벨문학상을 탄 작가의 서적과 함께 커피 한 잔을 곁들여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아이스 초코 라테와 청소년 대상으로 한 문학책이다. 어릴 때 상상했던 그림과는 사뭇 다른 지금 내 모습에 소위 말하는 '현타'가 거하게 밀려옴에도 여전히 청소년 문학은 재미있다. 으레 문학에 청소년이 붙으면 따라올 것 같은 사춘기 고민만 있는 게 아니다. 시대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세계관이 존재하고 그 속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설익은 듯하지만 날카로운 통찰력 같은 것들이 더해지니 맛집이 따로 없다. 그중에서도 한번 잡숴보라고 권하고 싶은 건 ⟪열다섯에 곰이라니⟫다.


라떼도 그랬다. 엄마는 말씀하곤 하셨지. "아유, 사춘기 때 너네는 정말 짐승 자체였다. 지금도 그 시절 너만 생각하면 치가 떨려!" 2차 성징과 더불어 자아가 완성되고 사회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춘기는 마치 소거 폭발(extinction burst)의 형태와 유사하다.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털어내는 짐승의 발악처럼 말이다. 근데 아니, 이건 뭘까. 책에서는 '짐승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 짐승이 되어버린 학생들이 등장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누구는 열다섯에 곰이 되고, 하이에나가 되기도 한다.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으로 돌아가는데, 그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육지 동물에 한정하는 것도 아니다. 더러는 미끈한 참돔과 돌돔이 되기도, 주파수를 쏘아대는 돌고래로 변신하기도 한다. 형제 혹은 자매나 남매간에는 어류나 조류 등 같은 류의 동물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집안에서 각기 다른 동물로 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아이들은 무엇인지 모를 이유로 각양각색의 동물로 탈바꿈하는데, 그 시간 동안 해당 동물의 특성에 맞춰 살게 된다. 읽다 보면 해파리가 되어 난생처음 먹는 플랑크톤의 맛이 어떨지, 까마귀가 되고서의 첫 날갯짓, 첫 비행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나라면 어떤 동물로 변했을까? 말이었을까, 다람쥐도 괜찮을 것 같고. 돌돔은 잡아먹힐까 무서우니 되지 말자.


이처럼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면서도 청소년 문학이 가지는 미덕을 잊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건 아려오는 무릎만이 아닐 것이다. 평온하기가 잔잔한 파도에 비겨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작스레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처럼 변하고, 때로는 욱하고 치미는 멋모를 감정들이 샘솟아 갈무리하기 어려운 게 10대 아닌가. 책은 마음의 성장통을 앓는 아이들을 동병상련의 자세로 어루만져준다. 부모님과 소통이 힘든 답답한 마음은 동물이 되어 말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학교와 집같이 갇힌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들판을 힘껏 누비고 싶은 마음, 훨훨 날아가고 싶은 마음은 벌꿀 오소리와 잣까마귀가 대변했다. 아울러 사회에 찌든 어른들에게는 우리 모두 지나온 그립고도 찬란한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내리쬐는 햇살에 1분이라도 바깥에 서있기가 힘든 요즘이다. 이럴 때 여름의 묘미는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시원한 음료 한 잔과 함께 보내는 것에 있다. 곁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한번 잡숴보세요.